[춘천&피플] ‘덕업일치’ 꿈꾸는 근화동 편의점주, 화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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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덕업일치’ 꿈꾸는 근화동 편의점주, 화이 씨

    • 입력 2021.04.04 00:01
    • 수정 2023.09.07 12:44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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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팬이 관련 콘텐츠와 상품을 만들거나 모으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덕질’이라 부른다. 일본어로 마니아를 뜻하는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해 ‘오덕후’가 됐고 그것이 ‘덕후’로 줄었다. 여기에 행위를 뜻하는 접미사 ‘질’을 붙여 덕질(덕후+질)이라 부르게 됐다. 덕질의 분야는 스포츠,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소설, 연예인 등으로 다양하다. 과거에는 이런 활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현재는 건전한 취미생활이자 여가생활로 여겨지고 있다.

    이 덕후들은 대상을 수용·소비할 뿐만 아니라 재가공·생산·유통까지 하는 주체적인 역할을 갖는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팬이 직접 쓴 소설인 팬픽이나 스티커, 포토카드, 컵, 열쇠고리 같은 ‘굿즈’(대상과 관련된 상품)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화 ‘해리포터’의 굿즈로 깃펜이나 지팡이, 다이어리가 인기를 끈다. 유튜브에서는 팬 계정을 만들어 무대 영상 교차편집, 입덕(入덕, 덕후가 되기 시작하는 것) 포인트 모음집, 영화 리뷰 등을 올리며 다른 팬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춘천 근화동의 ‘아이즈원 편의점’을 찾다

    인터넷에서 ‘춘천에도 열성적인 덕후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근화동의 한 편의점을 찾았다. 내부에 들어서자 곳곳에 아이돌 ‘아이즈원’의 포스터와 굿즈들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굿즈샵을 방불케 하는 편의점의 모습이 생소했다. 이마트24 춘천근화점의 점장이자 편의점을 아이즈원으로 꾸미기 시작한 주인공인 ‘화이이쯔모째욘’(41·팬 활동명·이하 화이)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화이 씨가 직접 그린 팬아트로 제작한 슬로건을 들고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화이 씨가 직접 그린 팬아트로 제작한 슬로건을 들고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카운터 옆쪽으로 아이즈원의 포스터와 사진이 붙어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카운터 옆쪽으로 아이즈원의 포스터와 사진이 붙어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화이 씨가 처음 아이즈원에 빠지게 된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서다. 그는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며 팬이 된 계기를 밝혔다. 그중에서도 화이 씨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멤버)’는 아이즈원의 멤버 이채연으로 K팝스타, 식스틴 등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

    편의점에 도배된 아이즈원은 화이 씨 나름대로의 응원 방법이다. 화이 씨는 매장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고, 육아를 하고 있어 방송이나 콘서트를 찾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수들이 있다고 자랑하고 싶고,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붙이게 됐다”고 말한 화이 씨는 "덕질을 하며 육아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힐링받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을 표하는 손님들이 많을 것 같다는 말에 화이 씨는 웃으며 여러 에피소드를 꺼내 들려줬다. 연세가 있는 손님들은 “친척이냐?” 묻기도 하고, 매장에서 굿즈를 파는 지 물어보는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화이 씨의 남편이 근무하고 있으면 남편이 팬이라고 오해하는 손님도 있고, 인터넷을 보고 일부러 매장에 찾아오는 팬도 있었다고 한다.

     

    편의점 곳곳이 아이즈원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편의점 곳곳이 아이즈원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능력자 덕후, ‘성덕’이 되다

    화이 씨는 SNS에 팬 계정을 만들고 팬아트를 그려 올리며 활동하고 있다. 가끔 직접 그린 팬아트 중 마음에 드는 건 굿즈 제작 업체에 맡겨 슬로건으로 만들어 소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능력있는 덕후인 화이 씨는 ‘덕질을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실제로 만나기 힘들다’는 슬픈 현상을 빗댄 ‘덕계못’(덕후는 계를 못 탄다)이었지만, 같은 멤버를 함께 덕질하는 남동생의 도움으로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

    남동생의 도움으로 영상통화 팬사인회에 당첨됐고 비록 영상통화지만 직접 얘기를 나누게 된 것이다. 화이 씨는 “다들 너무 예쁘고 착했다”며 “딸과 함께 영상통화를 했는데 딸 이름도 물어봐 줬다”며 행복해했다. 이어 “떨려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기억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화이 씨가 아이패드로 직접 그린 그림. (사진=화이 씨 제공)
    화이 씨가 아이패드로 직접 그린 그림. (사진=화이 씨 제공)

    아이즈원은 프로젝트 그룹으로 4월에 활동이 종료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팬 활동에 대한 계획을 묻자 화이 씨는 “아이즈원과 위즈원(아이즈원 팬클럽명)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아이즈원이 삶의 활력소라는 화이 씨는 “한 번 팬은 영원한 팬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편의점을 꾸미고 그림도 그리며 팬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아이즈원의 열정을 열심히 설명하는 그의 눈빛 또한 애정과 열정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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