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재발견] 오프라인의 미래, 골목상권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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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의 재발견] 오프라인의 미래, 골목상권에서 찾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로컬 브랜드 큐레이션으로 주목
    MZ 소비 문화와 연결돼 골목상권 확장 가능성
    '머물고 싶은 동네'가 로컬의 미래

    • 입력 2021.04.05 00:02
    • 수정 2023.09.07 12:44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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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외부 환경에 의해 주거 생활권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 늘게 됐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으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는 곳 주변의 '생활권'에서 먹을 거리와 즐길 거리를 찾는 이들이 많다. 개성 있는 창업자가 선보이는 가게와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경험치도 풍성해졌다. 로컬 지향의 트렌드는 이런 사회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팬데믹 시대 '언택트'가 부상했지만, 이에 대한 반동으로 로컬 차원에서의 연결성은 더욱 끈끈해졌다. 

    그리고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내는 혁신이 골목상권을 바꾸고 있다. 오프라인의 미래가 골목상권, '동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S투데이에서는 그동안 춘천지역의 혁신가들을 발굴해 크리에이터, 소상공인 등으로 소개해왔다. 춘천을 더 재밌는 도시로 만들어가는 이들의 움직임에 힘을 싣고, 골목상권에서 로컬의 미래를 찾기 위해 '동네의 재발견' 시리즈를 신설, 로컬 지향의 트렌드, 지역으로의 전환에 관한 해외 및 타 지역 사례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춘천지역 대표 로컬 골목상권인 육림고개. (사진=MS투데이 DB)​
    춘천지역 대표 로컬 골목상권인 육림고개. (사진=MS투데이 DB)​

    ■‘로컬’에서 답 찾은 서울 대표 핫플레이스

    최근 SNS에서 가장 핫한 공간을 뽑으라면 단연 지난 2월 문을 연 여의도 ‘더현대 서울’이다.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취향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브랜드 큐레이션, 그리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백화점의 틀을 깬 자연 친화적인 공간 구성에 더해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다채로운 취향을 고려한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Creative Ground)’가 회자되고 있다.

    서울 성수동의 문구 편집숍 ‘포인트오브뷰’ 등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던 브랜드가 입점해 젊은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다. 글로벌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Tasty Seoul)’에서는 전국의 유명 로컬 맛집을 경험할 수 있다. 강원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튜버 밥굽남을 내세운 샤브샤브 브랜드 ‘강호연파’도 이곳에 입점했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소비자들에게 ‘로컬 신(Local Scene)’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런 전략은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적중했다. 팬데믹 시대 대중이 느리고 소박한, 대안적인 삶을 경험한 이후 대량생산, 대량소비 생활양식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결과다. 이런 변화가 트렌드를 창조하는 MZ세대에서 먼저 나타나 전 연령대로의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새로운 취향의 발견이 이뤄지는 곳은 오프라인이다. 그 근원은 ‘로컬’, 즉 ‘동네’에 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비대면이 삶의 곳곳에 침투했을지언정 인간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다. 상호 커뮤니케이션은 필수 행위다. 일상의 공간적 기반이 되는 지역 사회의 정체성은 여기서 출발한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소비시장도 분명 커졌지만 그만큼 줄어든 상호 소통의 기회에서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욕구도 확대됐다. 동네를 기반으로 한 작은 상점과 가게에서는 물건 구매와 감정적 소통, 공간에 대한 사람의 경험이 덧씌워진다. 이런 취향이 모여 로컬의 골목상권을 만들어 낸다. 곧 로컬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의 실체로 구현된다.

     

    육림고개 일러스트 지도. (그래픽=박지영 기자)
    육림고개 일러스트 지도. (사진=박지영 기자)

    ■머물고 싶은 동네, 오프라인의 미래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서두에서 “오프라인 시장의 미래는 로컬이다”며 400쪽에 가까운 책을 한 줄로 요약해 해답을 밝혔다. 춘천의 동네 골목상권에서도 미래를 찾을 수 있을까. 근거리에서 일, 주거, 놀이가 모두 가능한 생활권 도시로서의 ‘머물고 싶은 동네’에 미래가 있다면, 우리 지역에서도 분명한 변화의 기류가 관찰된다.

    젊은 창업가들은 도내 창업 대상지로 대학과 혁신기관이 입지한 춘천을 선호하고, 로컬 문화 교류의 공간이자 협업 장소인 코워킹스페이스를 활용한다. 프랜차이즈보다는 로컬 로스터리 카페를 찾으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요리하는 음식점에서 식사한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 소개된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골목상권 목록을 살펴보면 춘천에서는 옥천동, 교동, 육림고개 등 3곳이 꼽혔다. 골목상권의 핵심 업종인 독립서점, 게스트하우스, 베이커리, 커피전문점 등을 갖춘 곳이다. 도내에서 골목상권으로 언급되는 공간은 이외에도 강릉 명주동·안목해변·초당동·포남동, 속초 교동·청초호길·동명동, 양양 죽도해변 양리단길, 정선 고한 마을호텔 18번가 등이다.

     

    골목길 경제학자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의 신간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모종린 교수는 책에서 “동네에 골목상권이 들어서면 동네가 브랜드가 되고, 동네가 브랜드가 되면 창조 인재와 기업이 들어온다”며 “로컬 브랜드가 단위 기업에 의한 지역발전이라면, 동네 브랜드는 생태계에 의한 지역발전이다”고 밝혔다. 동네의 재발견이 춘천의 정주 인구의 증가와 지역 경제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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