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도리안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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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도리안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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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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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우 화가
임근우 화가

“호반의 도시 춘천에는 중도(中島)라는 섬이 있습니다.
그 섬에는 먼 옛날 선사시대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한 때 ‘중도선사유적’이라 불렀었지요.“

중도선사유적은 북한강유역을 넘어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신석기청동기선사유적으로서 ‘중도식토기’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 유적입니다. 이 유적은 1980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중도선사유적 발굴을 통해 중도(中島)전 지역은 물론 금산, 신매리 등 의암호 주변 지역이 중도식토기의 보고라고 '중도선사유적발굴보고서'에서 밝힌바 있습니다.

지금도 밑이 좁고 편평한 계란형 토기가 서울이나 경상도 등에서 출토되더라도 춘천 중도 이름이 붙여진 ‘중도식토기’라고 부릅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편찬한 '한국고고학사전'에도 등재된 이름입니다.

이러한 중도는 한 동안 '중도선사유적공원'으로 춘천사람은 물론 서울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받으며 잘 보존돼 왔습니다. 그러던 얼마 전부터 이 유적에 흙을 덮어 레고랜드 건설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입니다.

춘천시내 근교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적당한 부지가 있을 텐데 하필이면 문화재 지역 위에 건설을 하는지 말입니다. 그 동안 애써 문화재보존을 위해 개발을 아껴 놓은 곳이었는데요. 당장에 춘천지역발전을 위해선 레고랜드와 같은 큰 사업들을 적극 유치하고 개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를 잘 살기 위해선 개발도 중요하겠죠. 그러나 잘 살기의 참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인거 같습니다. 과거를 덮고 현재를 잘 살겠다는 것은 미래가 없다는 말이나 다름 아닙니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몇년전 뉴스에서 IS이슬람 과격단체가 세계문화유산을 폭격으로 파괴해 전 세계의 지탄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세계적 중도선사유적을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것이 무엇이 다를까요? 폭격으로 파괴된 문화재를 시멘트로 땜질해 그럴듯하게 복원하면 그만일까요? 또한 선사유적을 다른 곳에 옮겨 비슷하게 꾸며놓는다고 그 유구의 장소성까지 복원이 될까요?

유형문화재는 원래 있던 그 자리에 원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최선입니다.
 
100년 뒤 중도선사유적은 두 가지 형태의 유적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하나는 원형이 파괴된 모습을 상상으로 그려보는 선사유적이고, 또 하나는 100년 전 그 때 그 사람들이 파괴한 부끄러운 행위의 반성적 유적일 것입니다. 이것 또한 우리가 포기하고 안고가야 할 숙명일까요?

아직도 중도 땅 속에 살고 있을 선사인 ‘중도리안’이 땅 위로 올라와 그 무언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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