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읽기] ‘신의 직장’ 공기업 기강 철저히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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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읽기] ‘신의 직장’ 공기업 기강 철저히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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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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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 언론인
차기태 언론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과 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온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LH는 공공용도를 위한 토지개발과 공급 및 주택공급 업무를 맡고 있는 공기업이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돼 하나가 됐다. 근무직원만 9500여명에 이른다.

이 공기업의 직원들은 택지조성과 주택건설 정보를 누구보다 먼저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직원들이 이번에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의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투기를 위해 먼저 사들였을 것이라는 의심이 당연히 제기되는 것이다. 

정부의 신도시 조성계획은 결국 이들이 투기로 챙기려고 한 부당이익을 실현시켜주는 셈이 됐다. 게다가 그 공기업의 사장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장관이 돼서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사장 시절 직원들의 투기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데다 장관이 돼서 그런 계획을 내놓았으니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다. 지하를 흐르는 용암이 어느날 지상으로 솟아오르듯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를 일삼아왔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다. 공사도 그런 일탈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것이다. 

최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은 ‘투자클럽’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면서 함께 몰려다니며 땅을 사곤 했다. 3기 신도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던 2018년에도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기도 과천지구의 문건과 창릉지구의 도면이 유출됐었다. 그러나 LH는 자체 징계로 얼버무렸다고 한다. 

한 직원은 재직중 전국 각지의 LH 아파트 15채를 가족과 친척의 이름으로 사모았다. 그렇지만 그는 LH에서 견책만을 받았을 뿐이다. 그는 스스로 퇴사했다가 또다른 공기업에 다시 들어가기까지 했다. 아파트 매집 행위를 한 직원이나 이를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 공사나 무책임하기로는 오십보백보이다. 

요컨대 공기업으로서의 기강이 바로 세워지지 않았기에 도덕불감증이 독버섯처럼 자라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LH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덕분에 직원들은 성과급도 챙겼다. 아마도 이익을 제법 내고, 재무건전성도 비교적 양호하게 유지한 덕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온 나라가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아온 것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논공행상이다, 

그렇게 무의미한 논공행상이 진행되는 동안 직원들의 투기행각은 소리 없이 자행돼왔다. 마치 탈영병이 발생한 부대에 표창장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밖에 직원들의 출장비 떼먹기 관행도 심각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공기업은 흔히 ‘신의 직장’이라고 일컬어진다. 공무원에 비해 짊어지는 책임은 적은 반면 누리는 권리와 급여 및 복지는 공무원과 비슷하거나 더 좋기에 나오는 말이다. 국회나 감사원 등 외부기관의 감시도 공무원에 비해 약하다. 또 민간기업이 받는 엄격한 감시망에서도 벗어나 있다. 

사실 요즘 민간기업들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엄격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고 경영실적이 악화되거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신용평가기관이 평가하는 신용등급이 강등된다. 나아가서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중요변동사항을 그때마다 정확하게 공시해야 한다. 무리한 경영을 할 경우 행동주의 주식펀드의 공격까지 받는다. 4중5중의 감시망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도 정부당국이나 투자자, 신용평가기관 등으로부터 엄중한 감시를 받는다. 

이에 비해 공기업은 이런 까다로운 감시망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니 도덕불감증이 싹트고 자라기에 좋은 토양과 조건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이번 LH사태 같은 불미스런 사건이 언제든지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들 공기업에 대한 엄격한 감시감독 체제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이다. 지금 같은 허술한 감시체제로는 도덕불감증을 막기 어렵다. 

LH뿐만이 아니다. 지방공기업을 포함해 수백 개에 이르는 공기업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들 공기업이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하면서 도덕불감증에 빠지지 않도록 기강을 다시 세워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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