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년 앞둔 레고랜드] 4. 접근성 개선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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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장 1년 앞둔 레고랜드] 4. 접근성 개선 ‘발등에 불’

    주차공간, 교통체증, 교량 신설…해결 과제 ‘산 넘어 산’
    수도권서 자동차로 1시간 걸려
    춘천역에서도 차로 이동 불가피
    교통대책 두고 갑론을박 계속

    • 입력 2021.04.01 00:02
    • 수정 2021.05.12 14:23
    • 기자명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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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랜드 진입을 목적으로 건설된 춘천대교 모습. (사진=박지영 기자)
    레고랜드 진입을 목적으로 건설된 춘천대교 모습. (사진=박지영 기자)

    대부분 전문가는 테마파크가 성공하기 위해선 접근성이 뛰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이하 레고랜드)의 경우 주요 고객이 '만 2~12세의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이기 때문에 방문객이 원거리 이동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2017년 개장한 레고랜드 재팬은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설계된 대표적인 테마파크다. 레고랜드 재팬이 위치한 나고야시는 도쿄도, 오사카부와 함께 일본의 3대 도시로 간주되며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약 9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지하철은 물론이고 고속도로, 항구, 공항 등 기반 교통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 최적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실제 나고야시에 있는 주부국제공항에서 레고랜드 재팬까지 자동차로 이동할 때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 시 중심부에서는 약 20분에 불과하다. 고속철도를 이용할 땐 레고랜드 재팬에서 도보 5분 정도의 거리에 킨죠후토역이 자리를 잡고 있으므로 교통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반면 레고랜드 코리아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자동차로 이동한다고 가정할 때 도착까지 약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ITX-청춘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용산역에서 춘천역으로 이동할 경우 1시간 15분, 청량리역에서는 1시간 정도 걸린다. 게다가 춘천역에 내린 뒤에도 춘천대교를 건너 레고랜드까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로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을 피할 수 없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춘천시는 이에 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시청 6층 소회의실에서 '레고랜드 종합교통대책 구축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보고회에는 김영필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사장을 비롯해 종합교통대책 수립 용역을 맡은 현산엔지니어링, 춘천시청 도로과와 관광과, 생활교통과 등 관련 부서 관계자 10여 명이 참석했다.

    레고랜드의 성공을 위해 체계적인 교통대책 수립이 필수적인 만큼 현산엔지니어링 관계자의 발표 이후 중간보고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현재까지 수립된 종합교통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부터 현실적으로 완벽한 해결방안을 수립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중에서도 이날 쟁점은 '4000대 규모의 주차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차량 병목 현상의 대응책은 무엇인지', '서면대교는 건설이 이뤄지는건지' 등으로 크게 세 가지였다.

     

    춘천 레고랜드 주차장 부지. (사진=박지영 기자)
    레고랜드 주차장 부지. (사진=박지영 기자)

    ◇ "4000대 주차장 확보도 확실치 않은데"…성수기 6000대 방문시 불법주차 발생 가능성

    레고랜드 전용 주차장은 중간보고회에서 현산엔지니어링 관계자가 "기반 시설의 개발이 완벽하게 이뤄질 경우 레고랜드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대수가 9506대에 달한다"고 발표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김영필 레고랜드 코리아 사장은 "기반시설 개발 이후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총괄개발협약(MDA)에 따라 강원도가 개장 90일 전까지 레고랜드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4000대 규모의 주차장을 완공하겠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며 "아직 4000대 규모의 주차장마저도 실제로 건설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강원도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레고랜드 브랜드 인지도 인식을 조사했는데 95.2%의 잠재적 방문자들이 레고랜드로 올 때 개인차량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며 "성수기 2만명이 레고랜드를 방문한다고 가정하면 6000대 정도의 차량이 들어설 공간이 필요한데 이들을 어떻게 수용할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현산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성수기에는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문제다"며 "하지만 평일처럼 방문객이 많지 않은 시기에는 주차 공간의 많은 부분이 비어 있어 공간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반론을 펼쳤다.

    강원도는 중도개발공사가 진행 중인 레고랜드 주차장 조성사업을 1층 1800대에서 2층 3500대 규모로 확대하기로 하며 급한 불을 껐다. 다만 기반시설이 들어설 하중도 관광지의 건설 공정률은 50% 수준으로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김 사장의 발언처럼 레고랜드 일일 방문 차량이 6000대 수준에 달하면 당장 이를 수용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인해 춘천대교에 불법 주차 차량이 1대라도 발생하게 된다면 심각한 정체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레고랜드 개장 이후 영서로와 춘천대교를 잇는 삼거리에서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레고랜드 개장 이후 영서로와 춘천대교를 잇는 삼거리에서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 '춘천대교 삼거리', 최악 교통체증 예상 구간

    레고랜드 개장 이후 영서로에서 춘천대교로 진입하는 삼거리 교차로에서 발생할 교통체증도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로 지적된다. 

    레고랜드가 자리 잡은 하중도는 지리적 위치상 북한강에 둘러싸인 섬의 형태로 오직 춘천대교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방문객이 지나가게 될 영서로가 춘천대교와 밀접해 있어 심각한 차량 정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에서 영서로에 진입한 방문객들은 춘천대교를 건너기 위해 좌회전 신호를 받아야 한다. 약 40초에 달하는 좌회전 신호 동안 춘천대교로 진입할 수 있는 차량은 많아 봐야 20대가 채 안 될 것으로 예상돼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심한 경우 해당 구간에서부터 춘천IC까지 레고랜드 진입 차량이 길게 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레고랜드를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서로에서 8대의 셔틀버스를 운행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마땅찮은 상황이다. 6차선으로 이뤄진 영서로에 셔틀버스가 대기하게 되면 교통체증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는 9월 개장할 예정인 삼악산 로프웨이의 존재로 인해 춘천을 방문하는 인원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춘천시는 삼악산 로프웨이의 연간 방문객이 127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광 수요가 몰리는 주말의 경우 수많은 차량이 일거에 춘천 진입을 시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병목 현상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 서면대교 건설 첩첩산중…'1000억' 이상 조달해야

    레고랜드 방문으로 인해 발생할 교통체증을 줄일 대안으로는 서면대교 건설이 제시됐다. 

    서면대교는 춘천대교와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을 연결하는 연장 0.75㎞의 교량으로 서울·춘천고속도로와 춘천 북부권 간 연계교통망을 갖추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등 춘천지역 국회의원들이 레고랜드의 유일한 진입로인 춘천대교에 가해질 교통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서면대교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만 서면대교 건설에 돌입하기 위해선 1000억원 이상의 국비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국지도 70호선 노선 변경 및 중도-서면 구간의 국지도 승격 또한 선행돼야 해 난항이 예상된다. 춘천시청 도로과 관계자는 "서면대교는 장기적인 계획이므로 당장 몇 년 안에 완공할 수 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며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장 이후 발생할 교통체증을 인지하고 있어 향후 국비에 더해 민간투자 유치도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레고랜드 종합교통대책 구축 중간보고회에 참석한 춘천시청 관계자들은 "레고랜드 개장 전 개최될 최종보고회에선 더 확실한 대응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서면대교 건설 외에도 춘천역에서 레고랜드로 이어지는 고가차도 설치, 춘천대교 진입 시 좌회전 신호 삭제, 실시간 도로 현황 서비스 제공 등의 해법을 놓고 논의가 이뤄졌지만 이마저도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확실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레고랜드가 개장까지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해법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환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레고랜드 개장 전부터 접근성 측면에서 입지 자체에 관한 논쟁이 지속해서 이어져 왔던 게 사실"이라며 "결국 서울 등 수도권의 방문객이 얼마나 레고랜드를 방문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텐데 광역교통망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kimgiza@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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