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사귀던 유부녀와 딸 폭행…법정서 밝혀진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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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재구성] 사귀던 유부녀와 딸 폭행…법정서 밝혀진 반전

    흉기로 협박,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
    피해자 제출 증거 신빙성 낮아, 무죄 선고

    • 입력 2021.03.28 00:02
    • 수정 2021.06.02 14:52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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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사귀던 30대 유부녀와 그녀의 다섯 살 난 딸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정에 선 40대 남성이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다툰 끝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A(43)씨와 여자친구 B(34)씨, B씨가 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 C(5)양이 함께 살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1심 판결문과 취재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편집자>

    2019년 1월, A씨는 남편과 이혼을 준비하며 별거 중이던 유부녀 B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관계가 깊어진 이들은 같은 해 8월부터 춘천에 있는 B씨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B씨와 그의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딸 C양도 함께였다.

    사건은 동거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9월 24일 새벽 1시, A씨는 여자친구 B씨가 다른 남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을 알고 이를 추궁하다 화가 나 집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B씨가 이를 제지하자 A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협박했다.

    다투는 소리를 들은 C양이 잠에서 깨 울자 A씨는 C양의 침실로 들어가 창문을 열고 “너 이 XX 일어나, 던질까 매달까”라며 피해 아동의 다리를 잡으려 했다. 이를 B씨가 막자 A씨는 C양에게 슬리퍼를 던지며 폭언을 퍼부었다.

    이 모습을 보고 화가 난 B씨는 A씨의 뺨을 때렸고, A씨 역시 B씨의 뺨을 때리고 연이어 C양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A씨는 같은 해 8월 20일과 11월 15일에도 각각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떼를 쓰고 울었다는 이유로 C양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고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3단독 정수영 부장판사는 위에 언급된 상황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B씨의 진술과 B씨가 촬영한 동영상‧사진, B씨가 작성한 메모, B씨의 정신과 상담 내용 등이 증거로 제출됐지만, 불안정한 혼인‧연인관계를 유지한 B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틈틈이 수집한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B씨는 A씨와 교제하는 도중 또 다른 남성과 교제 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문자를 A씨에게 들키기도 했다. 또 B씨는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딸의 양육 등을 위해 남편과 계속해서 연락했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혼하지 않았다.

    B씨가 법정에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도 근거가 됐다.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관이 작성한 112신고 사건처리표에 흉기를 이용한 협박이나 C양의 피해에 관한 내용이 없었고, B씨가 제출한 해바라기센터 상담 내용도 사건 1년 후에 작성돼 사후적으로 내용이 보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C양이 사건 현장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동영상 역시 사건 발생 후 9개월 이후에 촬영된 점, B씨에 의해 답변이 유도됐을 가능성이 있는 점, 사건 이후에도 C양이 A씨를 만나고 애착을 표현한 점 등을 근거로 증거능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또 같은 해 12월 B씨가 남편에게 일련의 사건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한 점, B씨가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고도 A씨의 아이인 척 A씨와 태명을 상의하고 애정을 표현한 점 등도 B씨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렸다.

    정수영 부장판사는 이외에도 제출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공소사실에 기재된 특수협박과 아동학대 행위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특수협박과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2019년 9월 24일 집 밖으로 나가려는 자신을 막는다는 이유로 양손으로 B씨의 목을 조르고 왼쪽 뺨을 한 차례 때린 혐의(폭행)는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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