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브레이브걸스 ‘롤린’ 역주행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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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의 연예쉼터] 브레이브걸스 ‘롤린’ 역주행의 의미
  •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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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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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요즘 가요계에 한가지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년동안 한번도 부각되지 못한 걸그룹의 4년전 노래가 크게 히트하고 있는 것.

그룹 브레이브걸스(민영, 유정, 은지, 유나)가 2017년 발매한 노래 ‘롤린’이 역주행 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발표 당시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이 노래가 최근 각종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고, 지난 14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는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을 1등으로 만들어준 지지세력은 군인들이다. 브레이브걸스는 유난히 군 위문공연을 자주 갔다. 군 위문공연인 ‘위문열차’만 62차례나 참가했던 군통령이다. 왕복 12시간이 걸리는 백령도까지 갔다온 적도 있다.

그들의 무대를 보면서 힘든 군대생활에 대한 위로를 받았던 군인들이 인터넷에서 강력한 팬덤임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은혜갚은 군인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군인들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우리가 받았으니 이제 갚을 차례다”, “(우리가 제대해도)후임들이 인수인계를 잘해 브걸의 팬으로 활동해달라”와 같은 글들을 남기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브레이브걸스는 2011년 5인조로 데뷔해 2016년부터 현재의 4인조로 개편해 활동해 왔지만 한번도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주팬덤인 ‘레알 아미’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발판삼아 새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군인들이 좋아요와 댓글 부대로 나선 게 큰 힘이 됐지만 기폭제는 있다. 유튜브 채널 ‘비디터VIDITOR’에 ‘브레이브걸스_롤린_댓글모음’ 영상을 올리면서다.

군 위문공연을 자주 갔던 브레이브걸스는 군공연 직캠이나 짤방이 많았고, 이에 달린 풍성한 댓글들이 놀이성 영상을 만드는 데 좋은 재료가 됐다.

이 영상은 귀엽고 섹시한 안무를 가미한 ‘롤린’ 무대 모음을 편집해 브레이브걸스와 ‘롤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남긴 재치 있는 댓글을 편집해 만든 것이다. 공개 3일만에 130만 뷰를 돌파했고, 한 달만에 1300만뷰를 넘길 정도로 초스피드 확산이다.

 

이 영상속에 군인들이 단 댓글은 재치가 넘친다. “전쟁때 이것 틀어주면 전쟁 이김”, “군 생활을 이 곡 하나로 버텼다. 엄청난 활력소가 되어주었던 곡”, “군대 밀보드 차트 1위”, “숨어서 듣는 명곡이다” 등 기발한 댓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롤린’ 댓글모음영상으로 역주행의 신호탄을 쏘기 직전만 해도 브레이브걸스는 멤버 대다수가 바리스타, 의류사업 등 다른 직업을 찾으려고 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역주행 시작 하루 전, 팀을 정리하기 위해 소속사 대표인 용감한형제와 면담을 앞두고 있었고, 몇 명은 이미 합숙소에서 짐을 뺀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 2월말 유튜브 롤린 공연댓글 편집영상이 갑자기 뜨고 음원차트에 반영되면서 다시 짐을 옮겼다. 음악이 하기 싫어 다른 길을 택하려고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어도 별 문제가 없었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역주행 성공은 제작자이자 소속사 대표인 용간한형제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그는 다른 가수에게 준 곡이 히트한 경우는 많았지만 유독 자신의 회사에 소속된 가수를 히트시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브레이브걸스는 잘 안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될 수 있다는 긍정성과 열정을 실천하며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공감할 수 있는 소통력까지 보여줘 뒤늦게라마 빛을 볼 수 있었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역주행은 소규모 기획사가 디지털 소통에서 성공의 발판을 잡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사용자들(팬덤)간의 연결→사용자들간의 상호작용→가치창출로 이어지는 고리가 디지털 선순환 소통구조와 제대로 맞아떨어진다.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 현상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하나는 올드 매체인 레거시 미디어에서 트로트를 유행시켰다면, 군인 등 젊은 문화소비층들이 유튜브라는 유통경로를 통해 문화에 대해 발언하는 모습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들이 취업도 힘들고, 살아가기 힘든 현실속에서 이들의 뒤늦은 성공에 자기 자신을 일부 투영하면서 역주행에 도움이 되겠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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