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조각 거장’ 권진규미술관, 춘천 건립 추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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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근대조각 거장’ 권진규미술관, 춘천 건립 추진되나

    내년 권진규 탄생 100주년, 선양사업 진행돼야
    권진규기념사업회, 춘천시에 2000여점 기증 의사
    “문화예술도시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기폭제”

    • 입력 2021.03.19 00:01
    • 수정 2021.03.20 16:52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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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근대조각의 거장 권진규 작가의 생전 모습. (사진=권진규기념사업회 제공)
    한국 근대조각의 거장 권진규 작가의 생전 모습. (사진=권진규기념사업회 제공)

    춘천에서 한국 근대조각의 거장 권진규 작가에 대한 연구와 선양사업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권진규미술관 건립 추진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춘천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오는 20일 오후 1시 춘천 아르숲생활문화센터에서 춘천시립 권진규미술관 건립 추진을 위한 간담회가 진행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2022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 권진규미술관을 춘천에 건립해 독립 미술관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선점하자는 것과 춘천이 올해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문화예술도시라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나온 조각가 권진규(1922~1973)는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한국 근현대 미술 3대 거장으로 꼽힌다. 2009년에는 개교 80주년을 맞은 무사시노대학이 ‘가장 예술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한 명의 작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중섭, 박수근 작가의 미술관은 각각 제주 서귀포, 강원 양구에 유치돼 있지만 권진규 작가가 남기고 간 작품들은 수십년째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떠돌았다.

    앞서 권진규기념사업회(대표 허경회)는 40억원에 작품 700여점을 양도받았던 대일광업이 대부업체에 작품을 담보로 20억원을 대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소송을 제기했다.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소송이 진행 중이던 시기에 서울시립미술관과 접촉이 이뤄지고 작품, 기록 등 141점을 기증하기로 합의하면서 작품 일부가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됐다.

    또한 권진규기념사업회는 춘천시에 오리지널 작품 30점, 사후 제작 에디션 22점, 드로잉 21점, 포스터 및 디지털 자료 등 2000여점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표 작품 30점을 춘천시가 구매한 뒤 전시공간 등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에는 작품을 기증한 반면 춘천시에 작품을 매입하라는 입장인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진규 작가의 작품을 공적 자산화하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권진규기념사업회 측도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다.

    권진규미술관 설립 움직임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이트맥주가 유족에게 작품 일체를 양도받고 25억원을 지급하면서 미술관 건립이 무난하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하이트맥주가 경영난에 시달리게 되면서 2010년 양측의 미술관 건립 계약 합의가 무산됐다. 이후 대일광업이 40억원에 작품 700여점을 양도받으면서 다시 추진되는 듯 했지만 대부업체 수장고에 담보로 잡혀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한국 근대조각의 거장 권진규 작가가 아틀리에에서 작업 중인 생전 모습. (사진=권진규기념사업회 제공)
    한국 근대조각의 거장 권진규 작가가 아틀리에에서 작업 중인 생전 모습. (사진=권진규기념사업회 제공)

    법정공방 끝에 유족 측이 승소하면서 작품을 인도해올 수 있게 됐지만 40억원 그대로를 돌려줘야 했다. 유족은 작품을 돌려받기 위해 자산 매각,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는 등 변제대금을 마련했다. 또한 작품 일부를 경매에 내놓았다가 다시 거둬들인 이유도 공공자산화가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유족에 따르면 대일광업으로부터 받았던 돈은 권진규 작가의 초기 작품 등을 일본 등에서 사들여오고 권진규기념사업회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앞서 춘천시는 지난해 권진규 작가의 작품을 공공자산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소양재정비촉진지구에 시립미술관을 건립해 상설 전시관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전시관 건립 사업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되면서 진행이 늦춰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허경회 권진규기념사업회 대표는 “춘천시의 입장을 조심스럽게 기다리는 중이다. 시와 시민들에게도 뜻이 있다고 하면 어떤 형태, 어떤 규모로든 협조할 마음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순남 춘천시청 문화예술담당은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맞게 되면서 권진규 조각가의 선양사업에 대해 예술가분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시에서도 작품을 공공자산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행정절차가 필요하고 시민, 지역 예술가들의 의견 수렴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작품 매입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 중인 상황이며 아직까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춘천 지역 예술가를 중심으로 권진규미술관 설립 추진을 골자로 한 조례 제정도 촉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수학 춘천조각심포지엄 운영위원장은 “미술관 건립은 단순히 전시공간이나 수장고가 있다는 것을 뛰어넘어 춘천이 문화예술도시로서 완전히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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