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혼전 성경험 어때?” 한림대 신입생 설문조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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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혼전 성경험 어때?” 한림대 신입생 설문조사 ‘논란’

    ‘대학생활 도움’ 취지 무색한 질문 다수
    “상처받는 신입생 있을 것” 비판 목소리
    한림대 “피해줄 생각 없었다, 즉시 수정”

    • 입력 2021.03.12 17:07
    • 수정 2021.03.14 00:13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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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대학교 전경. (사진=박지영 기자)
    한림대학교 전경.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 한림대학교가 신입생의 대학 생활을 돕겠다며 ‘혼전 성경험에 대한 생각’ 등 불필요한 내용을 담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대학 차원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지해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림대, 2021학년도 신입생 대상 실태조사

    한림대 학생생활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4일까지 2021학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신입생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대학 생활을 돕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해당 설문에 신입생의 대학 생활과 별다른 관계가 없어 보이는 질문이 다수 발견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39번 문항은 ‘결혼 전 성경험(섹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신입생들은 ‘절대 안 된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할 수 있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면 할 수 있다’, ‘사랑이나 결혼에 상관없이 통하면 할 수 있다’ 중 한 가지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한림대 신입생 설문조사 문항 일부. (사진=한림대 홈페이지 갈무리)
    한림대 신입생 설문조사 문항 일부. (사진=한림대 홈페이지 갈무리)

    이어지는 40번 문항에선 결혼 전 동거경험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41번에서는 동성애에 관한 의견을 답하도록 강요한다.

    또 신입생들은 ‘학내에서 벌어진 일방적인 구애 행위가 성희롱이 될 수 있는지’, ‘과도한 노출이 있을 때 쳐다보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는지’, ‘성적접촉 이후 시간이 지나 문제를 제기하면 성희롱인지’ 등에 대해서도 ‘그렇다’와 ‘아니다’ 두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학생들은 민감한 내용의 설문을 통해 대학이 어떻게 신입생을 돕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익명을 요구한 신입생 A씨는 “과도한 노출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또 혼전 성경험에 대한 생각을 대학이 왜 알아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님의 생사 여부와 직업 등을 묻는 문항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신입생 B씨는 “부모님이 안 계시고 가난하면 장학금 줄 것도 아니면서 왜 묻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조사로 상처받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배려 없는 학교의 태도가 어이없다”고 꼬집었다.

    ⬛미제출 시 불이익도…한림대 “수정하겠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설문에 답하지 않으면 학과 차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물론 명단을 만들어 재실시하겠다고 공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림대 법학과의 경우 ‘설문에 참여하지 않으면 전공과목을 이수할 수 없어 재수강하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한림대 신입생 설문조사 관련 공지. (사진=한림대 홈페이지 갈무리)
    한림대 신입생 설문조사 관련 공지. (사진=한림대 홈페이지 갈무리)

    개인 신상에 대한 비밀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이름, 나이, 학과 등의 정보를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학생들의 걱정을 키운다.

    이와 관련해 한림대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성인지 감수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이 부분의 교육을 위해 상담센터가 성 관련 문항을 넣었다고 들었다”면서 “학생들이 불편해한다면 수정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문 미제출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과 관련해선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의도였을 뿐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없었다”며 “공지사항을 즉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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