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로스터리 카페] 30년 역사의 ‘그라시아 커피로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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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로스터리 카페] 30년 역사의 ‘그라시아 커피로스터스’

    • 입력 2021.03.06 00:01
    • 수정 2023.09.07 12:31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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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춘천이 전국적인 커피 도시로 성장하는 한편 맛 좋은 원두커피를 생산하는 지역의 소규모 카페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로스터리 카페’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춘천 교동의 한 어두운 골목길 초입, 춘천 터줏대감 ‘그라시아 커피로스터스(이하 그라시아)’가 주변을 환히 밝히고 있다. 늦은 시간에도 인근 대학교 학생들부터 동네 주민, 그라시아 커피를 마시고자 먼 걸음을 한 손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춘천 그라시아 커피로스터스 외관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그라시아 커피로스터스 외관 (사진=조아서 기자)

    그라시아는 1993년 강대후문에서 시작해 약 30년 동안 춘천과 함께 성장했다. 1~2년 만에 뜨고 지는 가게들이 비일비재한 카페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케이스로 꼽힌다. 그라시아 용한택(41) 대표는 2009년 그라시아를 인수해 강대후문에서부터 교동 골목길까지 그라시아 카페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약 6년 전 교동으로 이전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라시아 커피로스터스 카페 안 로스팅 공간 (사진=조아서 기자)
    그라시아 커피로스터스 카페 안 로스팅 공간 (사진=조아서 기자)

    오랜 역사 때문일까? 평범한 아메리카노에서조차 그라시아만의 특색을 놓치지 않았다. 그라시아 아메리카노는 ‘블랙 블렌딩’과 ‘화이트 블렌딩’ 두 가지로 나뉜다. 블랙 블렌딩은 얕은 산미와 견과류와 곡물류의 향미로 선호도가 높은 대중적인 커피다. 묵직한 바디감과 캐러멜의 달큰한 맛이 특징이라 달콤한 여운이 길게 지속된다. 화이트 블렌딩은 재스민과 캐모마일 계열의 은은한 꽃 향과 베리류, 오렌지의 산뜻한 과일 향미를 특징으로 깨끗한 단맛과 상쾌함이 공존하는 커피다.

    블렌딩 원두 외에도 현재 그라시아에서 취급하는 싱글 오리진 원두는 ‘에티오피아 구지 두고소도’,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반코 고티티’, ‘과테말라 와이칸’ 등이 있다. 싱글 오리진은 한 가지 산지에서 자란 원두로 각 산지의 특징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그라시아는 원두별 커핑 노트를 작성해 초보자들도 쉽게 원두의 특징을 파악하고 기호에 맞는 원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에티오피아산 원두는 재스민이나 홍차 등 가벼운 차 느낌이 강하고 뒷맛이 깔끔한 산미를 특징으로 한다. 과테말라산 원두는 달콤한 초콜릿 향에 고소한 견과류 맛이 더해져 부드러운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

     

    드립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습. (사진=그라시아 커피로스터스)
    드립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습. (사진=그라시아 커피로스터스)

    용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커피를 배우기 시작해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카페 창업으로 뛰어들었다. 커피를 배우며 자연스레 자신의 가게를 꿈꾸기 시작했던 그는 자신의 원하는 맛으로 조리 가능한 로스팅에 큰 매력을 느껴 로스터리 카페를 고집했다고 한다. 로스팅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뒤따르지만 한 잔을 팔아도 자신만의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를 로스팅할 때마다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운다는 그는 로스팅 커피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용 대표는 “로스팅은 날씨,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아 비 오는 날, 추운 날엔 잘 안 볶아지기도 한다. 외부요인이 매번 바뀌고 변수가 많아 항상 똑같이 로스팅할 수 없기에 결국 제일 맛있었던 커피를 최대한 따라 하는 것이다. 때문에 맛보고 테스트하는 과정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로스팅 커피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커피를 내리는 용 대표 모습. (사진=조아서 기자)
    커피를 내리는 용한택 대표 모습. (사진=조아서 기자)

    용 대표는 카페를 이전하며 편안함을 키워드로 삼았다고 한다. 아무리 맛있고 좋은 커피도 딱딱한 의자에 앉아 불편하게 먹으면 그 맛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가게 바닥에도 새긴 ‘Coffee Enjoy’는 그의 신조이기도 하다. 그는 “유독 커피에 대해 따지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커피는 기호식품이다. 정말 단순히 즐기면 되는 것이다. 자신에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맛이 없고 입맛에 맞으면 맛있다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커피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바리스타의 취향이 반영된다. 하지만 자칫 한 사람의 입맛만 충족하는 커피에 빠질 수 있어 용 대표는 퍼블릭 커핑을 통해 자신의 고집을 경계하고 있다. 퍼블릭 커핑은 커피를 평가할 전문가, 애호가, 일반인 등 다양한 구성으로 로스팅한 커피를 시음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자칫 매니악 할 수 있는 로스팅 커피의 선호 폭을 넓힐 수 있다. 즉, 바리스타가 구상한 맛을 만들어내되 그 맛을 대중적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퍼블릭 커핑 과정 (사진=그라시아 커피로스터스)
    퍼블릭 커핑 과정 (사진=그라시아 커피로스터스)

    20여년의 베테랑 바리스타인 그도 주기적으로 퍼블릭 커핑을 진행하며 끊임없이 커피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는 취급하는 원두가 아무리 좋아도 원두를 다루는 사람에 의해 맛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춘천에서 태어나 인생의 반을 커피와 함께한 용 대표는 "춘천 시민의 커피 사랑과 함께 성장한 만큼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히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키워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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