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무게감을 깨고 노란 화선지 위에 따뜻한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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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의 무게감을 깨고 노란 화선지 위에 따뜻한 담아

    인강(仁江) 차덕녀 서예전
    한글체 창안 등 다양한 시도
    전시 작품 모두 이웃과 나눔

    • 입력 2021.03.05 00:01
    • 수정 2021.05.12 11:11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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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색채로 시각을 자극하는 여느 전시와 달리 서예전은 흑백이 주를 이뤄 관람객이 쉽게 지루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마음을 담은 글자로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서예 작품이 나타났다. 흑백의 무게감과 규격화된 틀을 깬 인강(仁江) 차덕녀(71) 서예전이 춘천 갤러리 오르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2017년 차 작가는 단 한 문장에 매료돼 서예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네가 어디에 있느냐’라는 붓글씨를 보고 글자가 말을 건넨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예의 매력에 빠진 이후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싶다는 뚜렷한 목적으로 누구보다 활발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치자물로 염색한 작품 (사진=갤러리 오르)
    치자물로 염색한 작품 (사진=갤러리 오르)

    차 작가는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서예의 기존 틀을 깨는 여러 장치를 고안했다. 먼저 따뜻한 메시지의 느낌을 살리는 그만의 한글체를 창안했다. 이번 전시 역시 글자의 조화와 균형감이 느껴지는 판본체와 개성이 담긴 한글체 작품 총 34점으로 꾸며졌다.

    또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한자가 아닌 한글을 선택하고 종이에 색을 입혀 시각적 요소를 더했다. 화선지의 흰 배경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예술적이지만 매번 반복되는 여백을 보며 작가는 색다른 공간 활용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치자물을 이용해 염색을 시도한 후 색깔을 덧입힌 작품들은 그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글자수와 크기를 조절해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 (사진=갤러리 오르)
    글자수와 크기를 조절해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 (사진=갤러리 오르)

    또 글자수와 크기를 조절해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했다. 왼쪽은 글자수를 계산해 마치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을 표현했다. 오른쪽 작품은 화선지 가운데 가로와 세로를 교차한 문자 배치로 십자가를 그려냈다. 그 외에도 먹색의 진하고 옅음, 물의 농도, 획의 흩날림 등을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회를 찾은 한 관람객은 “평소 서예전을 다닐 때 한자, 색감, 규격 등에 부담을 느껴 작품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는데 이번 전시회 작품은 글자가 말을 거는 듯하다”고 말했다.

     

    차덕녀 작가 (사진=조아서 기자)
    차덕녀 작가 (사진=조아서 기자)

    특히 이번 전시는 차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갤러리에 전시된 전 작품을 이웃과 나누기로 한 것이다. 그는 “감동을 주고 싶어 시작한 서예인 만큼 사람들에게 나의 작품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작품 나눔을 결심한 계기를 전했다.

    또 이번 전시회를 기점으로 그의 작품 근간에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차 작가는 “내 우선순위는 항상 작품을 볼 누군가였다”며 “앞으로의 작품활동은 작품이나 외부적 요인에 얽매이지 않고 온전히 ‘나’를 첫 번째로 두고 우선순위를 재정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 작가는 2017년 붓을 잡은 후 같은 해 제12회 춘천 연묵회 신사임당상을 시작으로 매해 유수의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지난해 제9회 한국향토문화예술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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