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본능 속 멈춤의 미학 담은 그 전시를…‘기어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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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주 본능 속 멈춤의 미학 담은 그 전시를…‘기어코 봄’!

    춘천 서면 토이로봇관서 3월14일까지 전시
    소설가 정승재 작가 등 4명 그룹전 기획

    • 입력 2021.02.28 00:01
    • 수정 2021.05.12 10:56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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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그랬듯 겨울이 지나면 ‘기어코 봄’은 온다. 겨울의 끝자락,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봄날을 응원하는 전시회 ‘기어코 봄’이 춘천에서 열리고 있다.

     

    ‘기어코 봄’ 포스터와 전시회 현장 (사진=조아서 기자, 갤러리 툰)
    ‘기어코 봄’ 포스터와 전시회 현장 (사진=조아서 기자, 갤러리 툰)

    ‘기어코 봄’은 춘천 서면 토이로봇관 갤러리 툰에서 다음 달 14일까지 진행되는 그룹전으로 화가가 부업인 미술 애호가 4명이 기획했다. 소설가이자 장안대학교 법학과 교수인 정승재 작가와 박승규 세무사, 이혜영 의사, 유영신 디자이너는 선생 이은규 작가의 제자로 인연을 맺었다. 

    이들은 침체된 경기, 암울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곧 봄날이 온다는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 전시 작명에는 4명 중 막내인 유영신 작가의 아이디어가 빛났다. 동계 스포츠를 주제로 한 정승재 작가의 작품부터 꽃이 만개하는 이혜영 작가의 작품까지 아우르는 겨울과 봄을 잇는 제목을 짓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전시회 '기어코 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툰 내부 (사진=갤러리 툰)
    전시회 '기어코 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툰 내부 (사진=갤러리 툰)

    특히, 이번 전시의 주축인 정승재 작가는 스켈레톤, 스키점프, 피겨 스케이팅, 컬링, 스피드스케이팅 등 다양한 동계 스포츠 종목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유일무이한 작품관을 구축했다. 이번에 전시된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질주 본능’이다.

     

    정승재 작가 ‘비상’, ‘블랙홀’ 작품 (사진=조아서 기자, 갤러리 툰)
    정승재 작가 ‘비상’, ‘블랙홀’ 작품 (사진=조아서 기자, 갤러리 툰)

    ‘비상’은 서울 금호동 달동네에서 압구정동 부촌의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바탕이 된 이 그림은 경제적 부를 향한 인간들의 끊임없는 질주를 스키점프의 비상으로 형상화했다. ‘비상’은 작가의 초기 작품으로 이후에 그려진 다른 작품과의 그림체와 색감 등 차이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블랙홀’은 그의 주된 예술적 소재인 스켈레톤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실제로 스켈레톤은 전시된 16개 작품 중 14개에 그려졌을 정도로 그의 영감의 원천이다. 얼음판 위에서 맨몸으로 150㎞의 빠른 속도를 견디며 질주하는 스켈레톤은 현대 사회와 닮아있다. 이를 현대 문명, 산업 발전, 우주 팽창 등을 배경으로 오로지 발전과 전진만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를 스켈레톤의 고속 질주에 빗대 풍자했다. 선명한 색감과 거친 붓질, 유화의 입체감은 그 의미를 더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정승재 작가 (사진=정승재)
    정승재 작가 (사진=정승재)

    정 작가는 “우리 인류는 태어날 때부터, 어쩌면 그 전부터 질주의 본능을 타고 태어났다. 우주의 팽창, 정자의 운동, 경제 성장, 자기계발 등 발전을 위한 질주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빠르게 달려가느라 보지 못하고 놓친 것들을 ‘잠시 멈춰서’ 되돌아볼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 속 질주 본능은 코로나로 ‘잠시 멈춰 선’ 일상이 발전만을 추구한 우리에게 지구가 주는 마지막 경고라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또 삶의 태도와 방향성을 되돌아보고 재설정하는 ‘멈춤의 미학’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정 작가는 “어떻게 예쁘게 그릴지보다 무엇을 전달할지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말했다. 질주의 본능을 그리며 멈춤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기어코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한편, 정승재 작가는 대한민국 스포츠 법 1호 박사로 잘 알려져 있으며 3년 전 강릉시립미술관 개인전 이후 오랜만에 그룹전으로 우리 곁에 찾아왔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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