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배우 오드리 헵번의 사망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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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배우 오드리 헵번의 사망 원인은?

    • 입력 2021.02.20 00:00
    • 수정 2021.02.21 06:45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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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중・장년층 중에는 아직도 영국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을 연모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1954년 ‘로마의 휴일’로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 뭇 남성의 연인이 됐었지요. 그녀는 또 유니셰프의 국제친선대사 자격으로 전쟁과 자연재해 지역을 누비며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돌본 실천하는 인도주의자이기도 했지요.

    이 오드리 헵번을 쓰러뜨린 질병이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바로 대장암입니다. 그녀는 투병 끝에 1993년, 향년 63세의 나이로 팬들의 곁을 떠났습니다. 대장암 진단을 받을 당시엔 이미 온몸에 암세포가 전이 돼 의학적 도움을 받을 단계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대장내시경이 개발돼 처음 시행된 해가 1969년이니 그녀가 조금 더 조기진단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 같은 안타까운 사태는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건강검진이 일반화된 지금도 대장암 발병 순위가 3위에 이르고 사망자 또한 10만명 당 16.5명이나 되는 걸 보면 오드리 헵번의 불행이 남의 얘기는 아니죠.
     
    대장암은 서구 의학계에서도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로 부릅니다. 혈변이나 체중감소, 소화불량과 같은 증상이 3~4기 가서야 나타나 초기 치료를 놓치게 하는 대표적인 암입니다.

    조기발견이 왜 중요한지는 암덩어리 주변 림프절의 전이가 말해줍니다. 외과의사는 대장암 환자를 수술할 때 암 전이를 예상해 주변 부위까지 넓게 절제해 냅니다. 그리고 떼어낸 암덩어리에서 림프절을 분리해 이곳에 암세포가 들어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예컨대 림프절 모두 암세포가 침범하지 않았다면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항암제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요.

    하지만 림프절 하나에서라도 암세포가 발견된다면 이는 전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병기는 3기가 되고 생존율도 70~75%로 급감합니다. 항암제를 맞지 않으면 생존율이 10%정도 더 떨어진다고 해요. 병기로 보면 1~3개 발견되면 3기A, 4~7개는 3기B, 7개 이상이면 예후가 더 나쁜 3기C로 분류돼 그만큼씩 생존율이 떨어진다는군요.

    바로 이런 배경이 대장암 정기검사를 적극 권하는 이유입니다.
     
    미국암학회(ACS)가 권장하는 대장내시경 개시 나이는 45세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50세부터 시작해도 된다고 했지만 40대 후반에도 대장암 환자 발생이 꾸준히 발생하자 연령대를 낮춘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미국의 선례를 좇아 45세 기준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육류 섭취가 많은 나라에서 자주 발생하는 대장암이 국내에서도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육류뿐 아니라 가공식품을 즐기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줄지 않는 음주 인구, 높은 흡연율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도 주위에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용종을 떼어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용종은 대장의 벽에 혹처럼 튀어나온 살덩이인데 이 중 종양성 용종이라고 하는 선종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용종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올가미 같은 의료기기로 제거를 합니다. 이런 분들은 다음에도 같은 혹들이 생길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의학적으로 선종 개수가 3개 미만이거나 크기가 1㎝가 안 되면 5년마다 검사를 받아도 되지만 크기가 여러 개 있거나 1㎝ 이상인 것들이 있었다면 3년 정도 뒤에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소화과정을 끝낸 뒤 마지막 대장을 거쳐 항문에서 여정을 마칩니다. 말하자면 대장은 소화기관의 마지막 구조물인 셈입니다. 대부분의 영양소는 소장에서 흡수되고 나머지 찌꺼기들이 길이 1.5m의 대장을 통과하며 탈수돼 고형화합니다. 말하자면 대장에 음식 찌꺼기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긴 만큼 식단에 유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대장의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길이겠지요.

    먼저 육류보다는 채소를 즐겨야 합니다. 대장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는데 지방이 많은 육류는 나쁜 균의 먹이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황화수소나 암모니아 같은 독소를 만들어 장의 점막을 망가뜨립니다.  

    요체는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라는 것입니다. 평소 나물이나 시래기 같은 채소류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상관없지만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 또는 가공식품이나 육류를 선호하는 분들은 억지로라도 식단을 바꿔야 합니다. 식이섬유는 좋은 균의 먹이가 될 뿐 아니라 변의 부피를 늘려 배변을 도와준다는 점에서도 적극 추천합니다.

    또 알코올은 그 자체로 발암물질이고 담배를 피우면 혈관을 통해 유해물질이 흡수돼 발암유전자의 방아쇠를 당깁니다. 

    무엇보다 대장암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한 분, 흡연자,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등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의사와 상의해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 

    대장내시경이 힘든 이유 중 하나가 검사 전날 마셔야 하는 엄청난 양(?)의 장정결제 때문이기도 하죠. 다행히도 최근 장정결제로 먹는 알약이 나왔습니다. 이제 알약을 나눠 복용하면서 물을 보충해주면 되니 검사 받기가 무척 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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