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세라믹스튜디오 '토리', 신영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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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세라믹스튜디오 '토리', 신영연 대표

    • 입력 2021.02.15 00:01
    • 수정 2023.09.07 12:31
    • 기자명 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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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춘천 효자동에 있는 ‘세라믹스튜디오 토리’는 흙으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 ‘흙 토(土’)에 ‘다를 이(異)’가 쓰여 “흑으로 빚어낸 모든 것들은 그 특별함이 다르다”는 의미를 지닌 도자기 공방이다.

    “흙도 사람이랑 똑같다”는 신영연 대표는 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로 인해 토리에서는 도자기 그릇, 컵 등 생활자기뿐 아니라 부엉이 램프, 고양이 인형 등 수강생이 원하는 다양한 도자기 소품을 만들 수 있다.

     

    도자기 그릇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굽을 깎고 있는 '세라믹스튜디오 토리' 신영연 대표. (사진=조혜진 기자)
    도자기 그릇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굽을 깎고 있는 '세라믹스튜디오 토리' 신영연 대표. (사진=조혜진 기자)

    현재 평일 정규반과 평일, 주말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물레를 활용해 도자기를 빚거나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핸드페인팅 체험을 할 수 있다.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이 가능한 핸드빌딩(손으로 만듦) 체험은 최소한 전날에는 예약해야 참여할 수 있다.

    공방을 찾는 수강생의 60~70%는 중증 환자나 특수학교 학생들이다. 이는 흙을 만지는 감각을 통해 힐링을 선사하는 신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도예를 전공하고 문화센터,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창의력 미술을 가르쳤던 그는 17년 전 자폐 학생 부모를 대상으로 한 만들기 수업을 통해 인생의 가치가 바뀌었다. 당시 그는 “나를 위한 일을 처음 해봤다”며 눈물을 흘리는 참여자를 보며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수강생들의 도자기 작품이 가득한 '세라믹스튜디오 토리' 내부. (사진=조혜진 기자)
    수강생들의 도자기 작품이 가득한 '세라믹스튜디오 토리' 내부. (사진=조혜진 기자)

    이후 통합 감각을 활용해 생각한 바를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도예와 이를 통한 치유에 집중하게 된 그는 춘천교육문화관에서 도예 수업을 시작, 1년 후인 2006년 석사동에 도자기 공방을 열었다. 2008년에는 거두리로 2019년에는 효자동으로 이전해 햇수로 15년째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그는 마리아의집(미혼모 가족복지시설), 명진학교(시각장애 특수학교), 벗들의집(이주민 여성 쉼터) 등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도자기 수업·전시 기회를 제공했다.

    작년 8월에는 강원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협력해 ‘꿈드림 힐링 도예 테라피’ 전시를 열었다. 학교를 중도에 그만뒀거나 가정환경이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10주 동안 도예 수업을 진행해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선생님 덕분에 이상을 표현할 수 있었다”, “진로를 도예로 정했다”, “흙과 함께 나 자신도 아름다워지는 걸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9월부터 11월까지 강원도춘천교육지원청과 함께 ‘사랑의가족 힐링 도예 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족끼리 도예를 하며 활발한 소통과 안정을 찾도록 도왔다. 참여자들은 “오감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가족이 더 화목해진 것 같다”, “덕분에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봄내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만든 '나를 닮은 천사' 등불. (사진=조혜진 기자)
    봄내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만든 '나를 닮은 천사' 등불. (사진=조혜진 기자)

    최근에는 토리의 도예테라피가 곳곳에 소문나 지역아동센터의 문의도 많아지고 있다. 현재 봄내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나를 닮은 천사 만들기’, ‘나의 꽃밭에 초대합니다’, ‘사랑을 가득 담아요’ 등의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센터 아이들이 주기적으로 공방에 방문해 자신만의 등불, 접시, 보울 등을 만들고 있다. 

    신 대표는 “도자기는 1억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며 도자기의 ‘쓰임’을 강조했다. 수강생들이 작품을 만들기 전에 반드시 도안을 그리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작품이 완성된 후에는 꼭 “아껴서 잘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긴다. 그는 도자기가 깨지더라도 거울이나 풍경을 만드는 등 도자기의 쓸모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신영연 대표는 수강생들에게 호랑이로 통한다. 호랑이처럼 무서운 선생님이 아니라 민화 속 호랑이처럼 수강생들을 든든하게 지켜주기 위해서다. 그는 “공방을 드나드는 이들 모두가 가족이다”라며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고 따뜻한 집처럼 편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조혜진 기자 jjin1765@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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