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싱어게인’, 무명을 유명으로 발굴해내는 기획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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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싱어게인’, 무명을 유명으로 발굴해내는 기획력

    • 입력 2021.02.10 09:00
    • 수정 2021.02.11 08:27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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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에 대한 두번째 글이다. 한 프로그램을 두고 연속해서 두 번이나 글을 쓰게 만드는 것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도 차별성을 유지해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싱어게인’은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얼핏 보면 많은 재료들을 합쳐놓은 비빔밥 같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했고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기에 대중적인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싱어게인’은 무대가 간절한 가수들이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도록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노래’ 그 자체로 감동을 전하며 갈수록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한 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해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우리 사회에 제때 나타난 것 같다.

    무엇보다 무대가 간절한 참가자들의 진심이 닿은 노래는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다가갔고 심사위원들의 의미 부여와 따스한 조언이 더해져 힐링까지 선사했다. “당신은 잘 하고 있다”는 심사위원의 말로 긴가민가했던 참가자들은 점점 더 자신감을 가져나갔다. 이때문에 레전드와 같은 순간들이 자주 탄생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방구석 음악인’이라고 부르던 최종 우승자 이승윤은 지난 8일 최종회를 통해 공개된 자신의 집에서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무명가수 30호는 ‘싱어게인’의 우승자가 돼 자신의 이름 ‘이승윤’ 세 글자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지역에서 작은 규모로 활동해온 가수였다는 준우승자 29호 정홍일은 사자가 포효하는듯한 락커의 매력을 충분히 알게 해주었다. 3위인 63호 이무진은 어떤 노래도 그루브를 입혀 자기 색깔로 만들어냈다. 이무진의 ‘누구없소’ 영상은 1500만뷰를 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사진=JTBC '싱어게인')
    (사진=JTBC '싱어게인')

    걸그룹 멤버가 엄청난 가창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 4위인 11호 이소정은 이번 오디션으로 엄청난 트라우마도 극복하고 대형가수로서의 출발을 알렸다. 

    ‘싱어게인’은 ‘나는 가수다’ 등 여느 오디션처럼 고음을 뽐내는 경연형 노래 대신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잘 그려내는 음악과 가사를 선택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가수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줬다. 그것이 ‘애매함이 장르’가 된 이승윤과 헤비메탈 가수 정홍일을 우승자와 준우승자로 각각 뽑을 수 있었던 이유이자 명분이었다.

    또한 45호 가수 윤설하가 한 오디션에서 외모로 차별받았다는 아픔을 고백했을 때 수많은 시청자들이 안타까워해준 프로그램도 여기였다.

    “참가자들은 모두 다 무명가수지만 이유와 정도가 다 달랐다. 찐무명도 있고, 스스로 무명이라 생각하는 가수도 있었다. 그룹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멤버도 있고 재야에서는 아는데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가수도 있다. 슈가맨도 있고, OST를 들어보면 아는데 누가 불렀는지는 모르는 경우 등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었다.”

    ‘싱어게인’을 기획한 윤현준 PD의 말이다. 윤 PD는 “슈가맨이나 OST조는 자기 노래를 부르게 하고 찐무명은 남의 노래를 부르게 했다”면서 “이들에게 기회를 줘 탤런트를 발휘하게 해 가수가 발견되는 걸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사진=JTBC '싱어게인')
    (사진=JTBC '싱어게인')

    “다름을 못보던 시대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올드한 것을 시니어 심사위원들이 옛날 것이라고 하고 주니어 심사위원들은 ‘좋은데요’라고 할 때 시니어들이 ‘아,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한다. 주니어들이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게 흥미로웠다. 그게 의도였다. 주니어 심사위원들은 주눅 들지 않았고, 시니어 심사위원들은 유연해서 양쪽이 다 살아났다.”

    기획자의 말을 들어보면 ‘싱어게인’은 단순히 노래 1등을 가리는 경연대회가 아니었다. 사회와 조직의 이면까지도 들여다 보며 현실과 소통, 감성 등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승윤을 비롯한 ‘싱어게인’ 참가자들처럼 무명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며 버텨내는 ‘작은 거인’들이 많다. 대중음악계에서 ‘싱어게인’이 그랬던 것처럼 타 분야에서도 이런 무명들의 기량과 매력을 발견해주는 장치들이 더욱더 많아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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