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꿩 대신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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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꿩 대신 닭

    • 입력 2021.02.06 00:00
    • 수정 2021.02.07 09:33
    • 기자명 신준철 시인·춘천연극제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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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준철 시인·춘천연극제 운영위원
    신준철 시인·춘천연극제 운영위원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 없을 때, 그보다는 못하지만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에 이르는 말로 사용하고 있지요. 혹 어릴 적 만두국을 먹다 납덩이를 씹었던 추억은 없으신지요? 세월이 흘렀어도 그 때 먹었던 꿩만두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나 봅니다.

    김치냉장고 정리를 하다 깊숙히 자리하고 있던 묵은 김치를 발견합니다. 턱하니 먹거리가 떠오릅니다. 만두를 만들기로 합니다. 묵은 김장김치를 물에 씻어 내고 김치를 잘게 다듬는 순서로 넘어갑니다.

    문득 누구에게? 무엇을? 딱히 설정한 바는 없지만 “다닥~다닥~다다닥~” 스트레스를 풀기로 합니다. 

    잘게 다져진 김치에서 물기가 다 빠져나가자 당면을 삶아 잘게 썰고 두부를 으깨고 마늘 다진 것, 생강 다진 것, 파를 잘게 썰은 것, 삶은 버섯을 잘게 썰어 넣고 삶은 숙주나물을 넣고 소금, 후추, 기름, 약간의 고춧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어 만두 소를 만듭니다.

    원래 만두라는 음식은 중국에서 기원했고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전해졌다고 합니다. 소고기, 꿩고기, 돼지고기 등을 넣고 김치, 숙주, 오이, 양파, 호박, 버섯, 두부, 당면 등을 넣어 만들었고 밀만두, 어(魚)만두, 메밀만두 등의 종류가 있었으며 정초에 먹던 절식(節食)이었다 하지요. 글과 그림, 이야기 등이 두루 섞여 있는 만화와 뉘앙스가 같아 혹 같은 ‘만' 자(子)를 사용하지는 않을까요? 그러나 만두는 만두 만(饅) 자를, 만화는 질펀할 만(漫) 자를 사용한답니다. 

    만두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감초와 같은 음식이 바로 숙주입니다. 숙주는 원래 녹두를 뜻하는 것이지요. 세종 때 신숙주라는 집현전학자가 있었습니다. 성삼문 등과 함께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대학자로서 중국, 여진, 몽골어 등 무려 7개국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했다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후에 세종의 청을 따르지 않고 단종을 폐하고 세조를 세우는데 앞장 섰기에 사육신(死六臣)보다도 학문의 크기가 컸지만 훗날 백성들로부터 변절자로 낙인이 찍혔다 하지요.

    백성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쉬어버리는 녹두나물을 신숙주에 빗대어 ‘숙주나물’이라 하고 죽은 신숙주가 또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녹두나물을 짓이겨 만두 속에 넣었다고 하지요. 우리 음식에는 이렇듯 담겨 있는 이야기도, 만드는 방법도 많고 절차도 까다로운 듯 싶습니다.

    비록 꿩고기가 쫀득하게 씹히고 찰진 꿩기름이 배어나지는 못해도 돼지고기를 살짝 삶아 만두 소에 함께 넣어 밀가루 반죽을 밀어 만든 만두피에 예쁘게 담아내 봅니다.

    고기를 익히지 않고 넣어야 만두국을 끓일 때 국물에 고기 육즙이 배어나오고 고기가 쫀득하게 씹는 맛이 있다지만 만두를 만들며 만두소도 집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까요? 어렸을 적 어른들이 만두 만드는 곳에 기웃거리다 뒤통수 맞아가며 먹던 만두소의 그 삼삼한 맛이 떠오르지 않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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