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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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뒤편

    • 입력 2021.02.03 00:00
    • 수정 2021.02.04 08:26
    • 기자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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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편
     
                                   천양희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천양희: 1965년『현대문학』등단. *시집「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외 다수.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문학의 3대 특성 중 하나가 ‘보편성’이다. 보편성은 일반적인 진리를 발견해 내는 일이다.

    한때 우리나라가 노벨문학상을 못 타는 이유 중 하나는 ‘보편성’이 없기 때문이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예컨대 미당의 ‘국화 옆에서’란 시에서 한국에서는 국화를 그토록 찬미하지만 세계적 정서로 볼 때 ‘국화’는 죽음을 상징하는 ‘꽃’으로 쓰이는 어두운 이미지란 것이다. 즉 인류의 보편적 정서가 아니란 것이다. 

    이 시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반적인 정서를 이토록 절묘하게 승화시켜 절정을 이룬다. 시인의 독창성이다. 그만큼 공감을 준다. 내 인생, 혹은 우리가 사는 이면을 돌아보게 한다. 문학작품은 이렇게 보편적인 진리로 공감을 주었을 때 그 작품의 우월성이 존재한다. 시의 미학이다.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저 소리 뒤편에는/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교회나 성당의 종소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의 기도문이 녹아 든 종소리로 승화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 종소리 뒤에는 우리 어머니들의 수없는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문득 생각난다. 성녀 모니카가 방탕한 아들을 위해 30년 동안 흘렸을 눈물의 기도를... 그리하여 세계적인 대 성직자 아우구스티누스 주교를 만들어낸 그 어머니의 기도를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이렇게 우리들 생의 뒤편에는 우리 어머니들의 숨결 같은 기도문이 숨어 있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그러나 “저 모습 뒤편에는/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와 같이 아무리 화려하고 위세 당당한 권력과 부(富)를 누리는 사람일지라도 그 뒤편은 시침보다도 더 쓰라린 압침의 시간이 있었으리라. 앞모습이 화려할수록 세상을 건너온 그 뒤편은 더 많은 골곡과 아픈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화자의 말 대로 우리 인생은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뒤편은 곧 우리 인생의 굴곡진 생(生)의 후광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곡선 속에 산다. 화려함 뒤에는 누군가의 그늘지고 어두운 희생이 있다. 부귀영화도 다 인생의 그런 곡선이고 뒤편이다. 그러므로 이 시는 우리들의 고달픈 삶을 보편적 진리로 위무해 주는 힘이 있다. 바로 시의 효능이다. 카타르시스(catharsi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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