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의 뒤적뒤적] 너무 힘들 때 듣고 싶은 그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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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뒤적뒤적] 너무 힘들 때 듣고 싶은 그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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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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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북칼럼니스트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죠. 칼보다 펜이 강하다는 말도 있지만 말의 힘은 그만큼 큽니다. 무심코 건네는 한마디가 상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분노관리연구소 소장’이란 독특한 직함을 가진 심리상담가가 쓴 ‘나를 살리는 말’(이서원 지음, 예문아카이브)입니다. 사실 화법을 안내하는 책은 많습니다. 명언이나 속담을 정리한 책도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낱말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도 여럿 나왔습니다.

이 책은 좀 다릅니다. 우선 예쁜 말, 멋진 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50여편의 글이 실렸는데 제목들이 “공부도 못하는 게” “첨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 “다 했어?” 등 이런 식입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주고받는 말들에 관한 사연, 생각이 담아낸 거죠. 각 글에 붙은 소제목들을 보면 짐작이 가겠지만 ‘살리는 말’이란 책 제목과 달리 찬찬히 읽어보면 지은이가 영향을 받은 말들입니다. 

마지막에 실린 “줄도 모르는 게”를 볼까요? 경상북도 구미에 살던 지은이는 지역 명문이던 금오공고에 가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으려 이야기하니 한심하다는 듯 딱밤을 때리며 “아이고, 줄도 모르는 게”라고 하더랍니다. 이 말은 사투리로,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란 뜻이라네요. 이 순간 지은이의 금오공고 진학 꿈뿐 아니라 자존심과 자신감마저 물거품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그 말씀은 오랫동안 지은이의 가슴에 가시로 남아 무엇을 하든 ‘줄도 모르면서’ 결정한 게 아닌가 싶어 움츠리고 살았다네요.

지은이가 그 멍에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 역시 한마디 말인데요, 그의 강의를 듣던 학생들이 장래 희망으로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 그 말에 큰 위안과 용기, 자부심을 얻었다고 합니다.

책은 ‘내가 나로서 살게 하는 힘이 되는 한마디’ ‘서툴러도 고군분투하는 삶을 위한 한마디’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조금 더 나은 한마디’ 3부로 구성돼 있는데 읽다 보면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도는 깊은 산속 절간이나 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종교인도, 사상가도 아닌데 피부에 와닿는 말이 갈피마다 깃들어 있는 덕분입니다.

‘결과는 내 것이 아니다’란 글에는 아들과의 대화가 나옵니다. 아들이 묻습니다. “아빠, 욕심이 뭐야?” 이에 지은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일을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 답합니다. 그러면서 “살다가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내 것이 아닌 결과를 내 것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머지는 내 손을 벗어나는 일이라 하늘의 뜻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조언합니다. 

‘밥은 굶지 말라고’에는 코끝이 찡한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잘 다니던 대학교에 사표를 내러 가던 날 지은이의 아내가 하얀 봉투를 건네는데 거기엔 만 원짜리 신권 10장이 들어있더랍니다. 의아해하는 지은이에게 그의 아내가 그러더라나요.

“사표 내고 나면 허전할 거 아녜요. 밥 굶지 말라고.” 

퇴직 후 형편이 그리 나아지진 않았지만 그날 아침 아내의 ‘밥 굶지 말라’는 한마디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지은이는 고백합니다. ‘아내라는 천당’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죠.

이 책에 담긴 일상의 철학은 꽤나 매력적입니다. 어렵지 않고 가르치려 들지 않으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교훈과 울림을 주기 때문입니다. “누가 널 잡디?” “당신만 힘든 줄 알지?”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이런 화두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 있는지 절로 궁금하지 않은가요?

문득 제게 힘이 돼 줬던 한마디가 떠오릅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알바를 하다가 군에 가기 위해 그만두던 날 사서과장이 그랬습니다. “김군은 어디 가서 뭘 해도 성공할 거야!” 뭐, 지나고 보니 부든 명예든 그리 내세울 만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 한마디는 그나마 오늘의 내가 있게 된 데 적지 않은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고 주변의 누군가에게 그처럼 힘이 될 한마디를 들려주거나 주저앉힐 한마디를 삼가거나 한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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