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로스터리 카페] 드립커피 전문점 ‘시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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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로스터리 카페] 드립커피 전문점 ‘시실리아’

    • 입력 2021.01.23 00:01
    • 수정 2023.09.07 12:31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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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춘천이 전국적인 커피 도시로 성장하는 한편 맛 좋은 원두커피를 생산하는 지역의 소규모 카페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로스터리 카페’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춘천시 효자동 강원대 후문에 위치한 ‘시실리아 커피로스팅 하우스’ 외관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시 효자동 강원대 후문에 위치한 ‘시실리아 커피로스팅 하우스’ 외관 (사진=신초롱 기자)

    “1993년부터 커피를 볶으며 시실리아만의 맛을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는 로스팅에서 중요한 공정 중 하나인 핸드픽을 커피 볶기 전과 후에 반드시 진행하는 것입니다. 최상의 맛과 커피를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 함께 이어질 수 있도록 지금까지 지켜온 시실리아만의 로스팅 고집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강원대학교 후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오르막길 왼쪽에는 이상덕 대표가 운영하는 로스터리 카페 ‘시실리아(時失里我)’가 있다. ‘시실리아’는 국내 커피시장이 급변했던 1990년대 초반부터 15년간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 자리했다.

    상호는 에스프레소 본고장인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영감을 얻어 발음하기 좋게 수정하고 한자의 뜻을 살려 지었다. ‘나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이 마을(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뜻을 가진다.

    이 대표는 보편적인 삶을 사는 직장인으로 남는 대신 제2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2년간 준비했다. 커피를 공부할 만한 자료나 책이 없었던 그 시절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국립중앙도서관에 가 외국 서적 등을 읽으며 독학을 이어갔다. 그렇게 정보를 수집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한 그는 1993년 여름, 로스터리 카페 운영에 뛰어들었다.

     

    핸드드립을 내리고 있는 시실리아 이상덕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핸드드립을 내리고 있는 시실리아 이상덕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한 커피로 잘 알려진 ‘예멘 모카 마타리’ (사진=신초롱 기자)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한 커피로 잘 알려진 ‘예멘 모카 마타리’ (사진=신초롱 기자)

    워낙 원두커피가 생소했던 시절이기에 이 대표가 열었던 로스터리 카페는 지인들의 시선에선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행동이었다. 생두는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남대문시장의 보따리 상인들에게 부탁해가며 직접 구했다. 정작 로스터리 카페에 있어야 할 로스터기도 당연히 갖추지 못했다. 한 가지에 몰두하면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덕에 만들었다 부쉈다를 반복하며 국내 최초의 ‘자작 로스터기’를 만들었다. 이 대표는 “시골에 가면 볼 수 있는 뻥튀기 기계의 원리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커피를 손님들에게 내줬을 때를 떠올리며 “그때는 커피를 볶는다고 볶았지만 상당히 미숙했고 스스로도 미숙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배울 데도 가르쳐줄 데도 없었고 그걸 헤쳐나가는 과정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소회했다.

    자작 로스터기 개발자로 이름을 알리게 된 그는 커피인들끼리 모여 만든 한국커피문화협회 멤버로 활동하며 커피 발전에 이바지했다. 당시 함께 활동했던 멤버 중에는 1세대 바리스타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오늘날 이 모임은 커피 보편화와 기초를 정립하는 데 커다란 주춧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에 있던 카페를 춘천으로 옮긴데는 2000년대 중반 춘천에 불었던 커피산업 활성화 움직임이 큰 계기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춘천이 커피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상당히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고 메리트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쉽게도 커피도시로서의 부흥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뤄지지 못했지만 여전히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립커피 뜸들이기 과정 (사진=신초롱 기자)
    드립커피 뜸들이기 과정 (사진=신초롱 기자)

    시실리아 1층은 손님들이 편안하게 방문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2층도 카페로 운영되고 있지만 아래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때는 커피 마니아들이 직접 커피를 내려마시고 연구도 하고 연습도 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 운영됐다. 커피 교육 열풍이 불었을 당시에는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커피인들이 많이 모여드는 장소였다.

    이 대표는 커피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기후조건에서 자란 생두를 구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선별 과정이라고 했다. 시실리아는 로스팅 전후에 결점두를 골라내는 핸드픽 작업을 빼놓지 않는다. 그는 “결점두 한두 개가 커피맛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또한 “원두의 무게 대신 부피의 개념을 익혀야 일정한 맛을 낼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두는 볶으면 볶을수록 가벼워지기 때문에 무게로 계산해 커피를 추출하게 되면 매번 같은 맛을 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결 같은 커피맛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아직도 만족할 수 없다.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고 나름대로 노력하며 방법을 찾고 있다”며 “똑같은 방법이라도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스팅 비법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원두가 갖고 있는 특성을 잘 살려야 한다”고 답했다.

     

    로스팅 된 원두 (사진=신초롱 기자)
    로스팅 된 원두 (사진=신초롱 기자)
    핸드픽을 하는 모습 (사진=신초롱 기자)
    핸드픽을 하는 모습 (사진=신초롱 기자)

    이 대표는 30년 정도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며 겪어오고 있는 고충은 이상과 현실이 맞지 않는 순간을 마주했을 때라고 말했다. 그럴때면 스스로 자책하기도 한다는 그는 손님들로 인해 웃음 지을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카페를 한 번 찾았던 분들이 지인과 함께 다시 찾아와 추억을 언급할 때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 전에 방문했던 손님을 잘 알아보지 못할 때가 있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나 반갑고 고맙다”고 밝혔다.

    눈이 올 때나 비가 올 때나 항상 카페를 지켰던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로스팅 할 때만 카페에 나온다. 혹시라도 모를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는 “코로나에 감염돼 혼자 카페를 닫으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이곳에서 원두를 가져가는 카페들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이 대표는 “시실리아를 더 발전시키는 게 좋겠지만 이대로라도 유지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고 말한 뒤 “다녀갔던 손님이 10~20년 후에 다시 이곳에 와도 상호가 그대로 붙어있으면 얼마나 반갑겠냐”며 웃었다. 그는 “커피에 대해 알고 싶거나 도저히 답을 못찾겠다 싶은 분들은 언제든지 찾아와도 된다”며 “아는 데까지 답할 수 있고 함께 연구할 마음의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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