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밤 9시만 되면 대리운전 ‘반짝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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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밤 9시만 되면 대리운전 ‘반짝 대란’
  •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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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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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영업 종료시간 집중, 웃돈 성행
고객 채가는 '길빵' 기승, '실명제' 자구책
전체 매출은 반토막...'낮술 대리운전'도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직장인 A(28·춘천시 석사동)씨는 최근 후평동에서 오랜만에 회식을 가진 후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으나 배차가 되지 않아 한 시간가량 추위에 떨어야 했다. A씨는 “평소엔 10분 정도 기다렸지만 9시 이후 콜이 몰리고 눈까지 와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며 “차라리 차를 두고 택시를 타는 게 나았다”라고 답했다.

직장인 B(60·춘천시 신동면)씨도 “춘천 외곽지역에 거주하다 보니 밤 9시대에는 웃돈을 주지 않으면 사실상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게 불가능하다”며 “웃돈 부담 때문에 술자리를 자제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작년 12월 3일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12월 24일부터 이어진 밤 9시 이후 술집 영업 종료가 장기화되면서 대리운전 업계는 불황을, 고객들은 배차 난을 겪고 있다. 밤 9시 전후해 손님이 반짝 폭증했다가 10시가 넘으면 콜 전화가 끊기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리운전 기사를 사칭해 남의 손님을 가로채는 ‘길빵 영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업계의 피해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춘천 ‘차배달 대리운전’의 한 기사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하루 평균 콜 수는 400콜 정도였으나 현재는 200콜 정도로 절반이나 줄었다”며 “술집 운영이 9시까지 가능하다 보니 8시 30분부터 10시까지만 몰릴 수밖에 없다. 그 시간대가 지나면 더이상 콜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춘천 ‘청와대 대리운전’ 콜센터 직원 역시 “하루 평균 500콜에서 최근 300콜 정도로 줄었다”며 “최근 눈이 많이 온 날에는 150콜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식당 영업시간 단축 때문인지 낮술을 즐기는 분들이 늘어나 대낮 대리운전 요청도 하루에 1~2건 정도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밤 9시 전후 ‘반짝 호황’을 틈타 콜을 받은 대리운전 업체 기사로 가장해 손님을 가로채는 ‘길빵 영업’이 번지고 있다. 소속 기사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춘천 차배달 대리운전은 고객에게 미리 담당 운전기사의 이름을 알려주는 ‘기사 실명제’를 도입했다.

일부 손님들은 여러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를 건 후 먼저 오는 기사에게 차를 맡기는 얌체 행위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춘천 차배달 대리운전 관계자는 “뒤늦게 온 대리운전 기사들의 피해는 회사 쪽에서도 해결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춘천 대리운전 업계의 기본요금은 만원에서 시작한다. 소양동에서 우두동으로 갈 경우 추가 2000원, 칠전동으로 갈 경우 추가 3000원 등 거리가 아닌 구간을 기준으로 추가 요금이 부과되고 있다. 시외 지역 대리 요금은 춘천에서 가평·화천·홍천까지 4만원, 원주 7만원, 강릉 12만원 등으로 알려졌다.

술을 마신 여성들의 경우 안전 귀가를 위해 여성 대리기사를 선호한다. 그러나 춘천 차배달 대리운전 콜센터 직원은 “춘천 내 여성 대리운전 기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남성 기사들과 동등하게 배차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자친구를 안전하게 데려다줘야 한다’ 등 특별한 요청이 있을 때 여성 대리운전 기사를 보내는 경우는 가끔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수입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기본요금이 만원일 때 회사에서 2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며 “차로 뒤따라 오시는 분이 있다면 기름값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50%씩 나눠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콜 수는 줄었는데 수수료와 기름값도 빼야 하니 대리운전업계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춘천 지역 대다수 대리운전 기사의 보험은 대물과 자차만 보장되고 대인의 경우 기사를 부른 차주의 보험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나면 대리운전기사와 손님 간에 갈등에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춘천에서는 최근까지 400명 안팎의 대리운전 기사가 영업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일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퀵 서비스 등 배송 관련 일자리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혜 기자 keh113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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