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읽기] ‘부채의 바다’에 떠도는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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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읽기] ‘부채의 바다’에 떠도는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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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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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 언론인
차기태 언론인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한국에 증권시장이 생긴 이래 처음 보는 지수이다. 최근의 증시 호황은 주로 ‘동학개미’로 상징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에 힘입은 것이다. 반갑기는 하지만 동시에 복병도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도 끝모르게 치솟는 것이다.

주식을 사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잔액이 20조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서만 벌써 1조원 넘게 늘어나며 역대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빚투만이 아니다. 각종 부채가 나란히 전례없이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1월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00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은 비교적 진정됐다. 10월과 11월에는 10조원 넘게 늘어났다가 12월에는 증가폭이 6조6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압박으로 은행들이 신용대출 취급을 자제했기에 조금이나마 줄어든 것이다. 그렇지만 제2금융권에서 취급된 대출까지 더하면 8조5000억원 증가했다.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 이마저 이제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올 들어서 시중은행들이 마이너스통장을 비롯한 신용대출을 다시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정말로 우려되는 수준까지 왔다. 지난해 12월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말 기준 명목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1.1%에 이른다. 말하자면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 모든 금융기관에 지고 있는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액보다 많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일일 뿐만 아니라 아마도 전세계 유일한 경우일 것이다. 

지난해 기업대출의 증가속도도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이다. 작년 12월말 기준 기업의 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976조4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7조4000억원 늘어났다. 2009년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가채무도 826조2000억원으로 127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세금을 통해 국고에 유입된 자금은 줄어든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출은 57조원 넘게 늘어난 결과다. 이 때문에 재정은 지난해 100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현재 한국의 정부와 국민 그리고 기업이 떠맡고 있는 부채상황을 이렇게 훑어보니 ‘부채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그리스신화에서 한때 에게해를 떠돌아다녔다는 델로스섬처럼 ‘부채의 바다’에서 떠도는 섬 같아 보인다.

보통의 경제상식에 입각해서 볼 때 국민경제를 지탱하는 가계 기업 정부 3축 가운데 어느 한 쪽의 부채가 늘어나면 다른 쪽은 줄어든다. 그런데 지금은 3축 모두 늘어나고 있다. 그 무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제는 두렵기까지 하다. 

지난해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가 근래 보기 힘든 전염병 재난을 겪었다. 그 재난 속에서 모두가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쳤다. 급증하는 실업자와 곤경에 빠진 자영업자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 정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부채급증을 오로지 코로나19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올바른 시각도 아니요, 현명한 자세도 아니다. 부동산정책을 비롯한 정부정책의 실패도 분명히 큰 몫을 차지한다.
  
게다가 경기부진을 타개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은행은 금리를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돈 빌리는 값이 싸진 것이다. 이 때문에 너도나도 빚을 내서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열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분명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 조기종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의 부채 급증을 억제하는 일이다. 부채가 지금처럼 치솟기만 해서는 큰 짐이 되어 돌아온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경제순환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부채의 급증을 막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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