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봄빛 꿈을 그리다’ 안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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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봄빛 꿈을 그리다’ 안미영 작가

    경영학 전공 후 그림·커피로 꿈 펼치는 공간 오픈
    입소문 덕분에 동네 문화예술인 사랑방 역할 ‘톡톡’
    “문화와 소통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가꿔 나가고파”

    • 입력 2021.01.08 00:01
    • 수정 2023.09.07 12:46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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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사업화, 대안적인 자영업 생태계를 제안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기 위해 ‘우리동네 크리에이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다중적 자아를 의미하는 ‘멀티 페르소나(Multi Persona)’가 ‘부캐(부캐릭터)’로 불리며 문화 전반에 스며들어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수식어가 됐다. 본 캐릭터 외 자신을 증명하는 부캐로 삶의 재미를 만끽하는 이들을 볼 때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남춘천역 인근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 ‘봄빛 꿈을 그리다’를 운영하는 안미영 작가가 그렇다.

     

    ‘봄빛 꿈을 그리다’ 안미영 작가 (사진=신초롱 기자)
    ‘봄빛 꿈을 그리다’ 안미영 작가 (사진=신초롱 기자)

    안 작가는 춘천여고, 강원대 졸업 후 가정을 꾸린 뒤부터 줄곧 춘천을 벗어나 살았다. 고교 시절 미술입시를 지망하는 또래 친구들보다 실기 점수가 좋았지만 예술을 반대하는 아버지의 의사를 고려해 경영학을 택했다.

    이후 20년간 교육 회사에 다니면서 자녀가 성인이 되면 그때부터 못했던 그림을 하자고 마음 먹었다는 그는 ‘그림’과 ‘커피’라는 장르로 못 다 펼친 꿈을 키워가고 있다. 자신만의 작업실을 꾸려가려다 탄생한 공간인 ‘봄빛 꿈을 그리다’는 첫 번째 수채화 개인전 부제이기도 하다.

    커피를 좋아해 하루 10잔도 마실 수 있다는 안 작가는 손님들을 위해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로스팅은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으며 샌드위치나 브런치 메뉴는 직접 준비한다. 카페 곳곳에는 수상작들을 비롯해 틈틈이 완성한 작품들이 걸려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동네 문화예술인들이 전시회나 뜻깊은 자리를 가질 수 있었던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그는 “주변에 문화예술인들이나 기관의 미팅 장소로 쓰일 때면 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곳이면 안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작품 ‘군산:기찻길’, ‘因(인)과 緣(연) 마주보다’ (사진=신초롱 기자)
    왼쪽부터 작품 ‘군산:기찻길’, ‘因(인)과 緣(연) 마주보다’ (사진=신초롱 기자)

    10년 전부터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안 작가는 “무당이 작두를 탄다고 하지 않냐”면서 “눈 뜨고 직장만 다녔던 거랑 그림만 그리는 게 정말 다르더라”며 직접 그린 작품들을 가리켰다. 이어 “저도 그림을 보고 어떻게 그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신명나게 하나 둘 그린 작품 중 하나를 공모전에 냈는데 특선으로 입상했다. 이후에도 제42, 43회 강원미술대전, 제18회 관악현대미술대전 수채화부문, 2015 대한민국 수채화대전, 2017 한국여성미술대전 등에서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안 작가는 “‘홍대 미대를 나오지도 않은 내가 그린 그림을 이렇게 평가를 해주는구나’하며 자극제가 됐다”며 “예전에는 미술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쌓아놓고 이론적으로 공부하며 스케치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모든 학문이 마찬가지겠지만 그림도 실력을 쌓으려면 연습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는 그는 “집중을 하면 2~3주 만에도 완성하지만 보통은 3~4개 작품을 동시에 그리고 만족할 때까지 미완성으로 두는 편이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걸어뒀던 작품을 다시 내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보완한 적도 있다고.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도 박물관에 전시됐던 그림을 직접 붓으로 수정한 적이 있다더라”고 설명했다.

    안 작가가 주로 선보이는 작품은 수채화와 아크릴이다. 맑고 투명한 것을 좋아하는 취향 때문인데 물감 외에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감각적인 색감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동원하게 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영화 ‘라디오스타’에 등장하는 청록다방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 ‘그곳에는 푸른 사슴이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영화 ‘라디오스타’에 등장하는 청록다방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 ‘그곳에는 푸른 사슴이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작품 ‘봄날의 오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안미영 작가 (사진=신초롱 기자)
    작품 ‘봄날의 오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안미영 작가 (사진=신초롱 기자)

    몇 해 전 효자동 담작은도서관 인근에 구름빵 주인공인 홍비 홍시 벽화 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그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도시재생’이다. 퇴계동에서 나고 자란 그는 산책을 할 때면 하천 산책로를 자주 걷지만 보기 싫은 낙서와 펫티켓을 지키지 않는 이들로 가끔은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날이 풀리는 봄에는 재능기부를 통해 산책로를 화사하게 변신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 작가는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저도 관심이 생겼다”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한두 시간만 작업을 하면 여러 사람이 좋아할 텐데”라며 마을을 변화시킬 생각에 들뜬 모습이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춘천이라는 도시가 행정·교육도시여서 공무원으로 은퇴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 중에서 재능이 있는 분들과 함께 작게는 퇴계동이나 춘천의 일부를 문화와 소통이 공존할 수 있게 가꿔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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