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읽기] 코로나19로 더 깊어진 양극화의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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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태의 경제읽기] 코로나19로 더 깊어진 양극화의 골

    • 입력 2021.01.04 00:00
    • 기자명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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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태 언론인
    차기태 언론인

    2020년 12월30일 주식시장은 화려하게 끝났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2.96포인트(1.88%) 오른 2873.47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11.01포인트(1.15%) 오른 968.42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보다 44.6% 상승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의 시가총액은 2366조1000억원에 달했다. 대략 1900조원안팎으로 추산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까지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온나라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증시가 훨훨 날아오른 것은 주로 사상최저 금리와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상대적으로 양호한 방역상황 등이 함께 힘을 냈기 때문이다. ‘동학개미’ 운동을 필두로 개인의 주식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64조원을 헤아렸다. 종전 연간 최고기록이었던 2018년의 6배 수준이다. 

    주식시장만 들끓었던 것은 아니다. 집값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정부가 부동산투기를 막는다며 갖가지 규제를 동원했지만 오히려 상승탄력만 강화해 줬다. 전세가격도 이른바 임대차보호 3법으로 말미암아 물량 자체가 귀해지면서 날아올랐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는 국가경제에 큰 악재였지만 자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을 지탱해주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편승해 자산을 더 늘렸다. 말하자면 자산가에게는 ‘천국 같은 1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1년’이었다. 일자리가 줄어 실업자가 늘어나고 취업은 어려워졌다. 작은 점포를 가지고 식당이나 카페, 노래방 등을 경영하는 소상공인들은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야 했다. 끝내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사업자와 빈 사무실도 늘어나기만 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밝힌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0년 11월 취업자는 2724만1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27만3000명 줄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통계로 한눈에 확인된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신용데이터의 매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의 매출은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전국 65만 사업장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매출을 바탕으로 작성된 이 통계에 의하면 코로나가 1차 유행됐던 2~3월 전국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전년 동기 70~80% 수준으로 감소했다. 2차 유행시기인 8월말부터 9월에는 75%로 낮아지더니 3차 유행기가 닥친 11월 말부터 더 악화됐다. 2020년 51주차의 매출은 전년동기 68%로 하락했다. 특히 노래연습장의 매출은 1차 유행시기에 전년동기 대비 57%, 2차유행시기 36%에서 3차유행기에는 6%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폐업을 강요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컨대 2020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한국 사회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졌다. 자산을 가진 계층과 자산 없이 오로지 자신의 몸과 아이디어로 살아가는 계층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한국의 양극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거듭 악화돼 왔다. 2019년에는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격차가 줄어드는 등 개선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노동자의 근로소득이나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줄어들었지만, 연금이나 장려금 등의 형태로 정부가 제공하는 ‘공적이전소득’이 늘어난 결과였다. 

    그렇지만 2020년 들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양극화 해소가 도리어 더 멀어졌다. 곤경에 빠진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도 애쓰고는 있다. 그러나 재정의 한계로 끝없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양극화 문제가 단박에 해결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 한국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당장이야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렇지만 종식 이후 양극화 완화를 위한 복안을 정부가 마련하고 지혜를 모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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