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테스형을 노래할 어느 시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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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테스형을 노래할 어느 시인에게

    • 입력 2020.12.31 00:00
    • 기자명 최현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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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순 시인
    최현순 시인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이 노래는 언젠가 모 방송프로에서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솔직히 그의 신곡이라 호기심은 있었지만 가사에 ‘소크라테스’가 나오면서 엉뚱하거나 싱겁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지금 그 노래가 절절하게 들려오는 것은 왜일까? 불과 몇 년 사이에 세상이 급변했고 나도 그만큼 변한 탓일까?  
     
    첫눈이 소복하게 내렸다. 아파트단지의 눈 내린 산책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니 생각나는 시인이 있다. 몇 년 전 도서관에서 그분에 대한 자전적 책을 읽다가 눈을 쉴 겸 정원에 나왔을 때도 흰 눈이 쌓이고 있었다. 숲의 눈 속 어디선가 그분이 말하는 것 같았다. “시여, 침을 뱉어라” 김수영 시인이었다. 눈밭을 바라보며 그 말을 되뇌어 본다. 나는 침을 뱉을 수 있을까, 그때나 아직도 모호한 그 뜻을. 
     
    요즘 이 노래를 그가 들었다면 얼마나 공감을 할까? 그 시대에 소크라테스 같았던 시인이 “시는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닌 온몸으로 밀고 나가 듯 쓰는 것”이라며 외려 후배 시인들을 꾸짖지 않을까? 불의의 시대에 맞서 침을 뱉듯 혼신의 시를 쓰라고 자유를 외치라고 말하지 않을까? 시대가 이런데 세상이 왜 이래 시인들은 말을 못하는가? 하고. 

    마침 도서관서 막 빌려온 ‘그리스 인생학교’라는 책을 읽다보니 소크라테스 구절이 나온다. ‘정의와 덕이 없는 지식은 지혜가 아니라 간사함이 된다’ 내가 지금 쓰는 글은 지혜일까, 나를 속이고 너를 속이는 간사함일까? 글은 이어진다. ‘자신을 먼저 돌보라, 자신을 돌보려면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 자기를 바로 봐야 세상이 보인다.’ 내가 지금 바라보는 세상은 똑바로 보는 것일까? 

    세상이 뭐든지 법, 법 하며 법이 만능인 세상인양 돌아간다. 법과 제도가 이 세상을 이상향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과연 문학은 예술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어떠한 힘도 안 되는 것일까? 또 세상의 진실은 법으로만 밝혀질까? 하는 물음에 부질없다. 백세를 사신 노 철학자께서 요즘 세태가 이런 것은 조상들의 도덕적 윤리관을 바탕으로 한 감성의 쇠퇴가 원인이라며 이의 회복만이 희망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가 하는 문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불러본다. “테스 형, 세상이 왜이래~” 사람의 진심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일까. 테스 형, 꼭 꿈에서라도 나타나 명쾌한 대답을 듣고 싶다. 시인이시여, 혼탁한 세상에서 나를 향해, 시를 향해 뜨거운 침을 저기 흰 눈밭에 뱉어 보지 않겠는가? 아, 테스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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