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의 뒤적뒤적] 작은 선의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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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의 뒤적뒤적] 작은 선의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입력 2020.12.28 00:00
    • 기자명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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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영덜트’란 말을 들어보았을 겁니다. 영(young)과 성인(adult)를 합친 말로 청소년층과 성인 모두를 겨냥한 제품 등에 사용되는 걸로 압니다. 문학에도 이런 분류가 가능할 텐데 이를테면 청소년이 주인공이고 청소년을 위한 내용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무방한, 아니 어른도 읽을 만한 문학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트레버’(캐서린 라이언 하이디, 뜨인돌)이 그런 영덜트 문학에 속합니다. 소설의 주인공 트레버는 초등학생이고 현실에선 있을 법하지 않은 환상적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이 책, 청소년 문학으로만 읽히기에는 아깝습니다. 다단계 판매식 ‘마음 나누기’를 통해 세상을 더 따뜻한 곳으로 바꾸려는 의지와 희망을 그렸는데 따뜻한 이야기와 건강한 메시지가 특히 연말연시에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실천에 옮기시오.”

    모든 이야기가 이 한마디로 시작됐습니다. 무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마을 애타스카데로. 이곳 초등학교에 갓 부임한 루벤 선생님이 내준 특별 과제였죠. 

    자, 열두 살짜리 학생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요? 세상을 바꾼다고? 어린 내가? 세상 물정을 알 만큼 아는 어른이라면 ‘어차피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아’ ‘나 살기도 바쁜데 귀찮아’ 등등의 생각이 먼저 들 겁니다.

    이야기 속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급의 39명 중 4명만 과제를 냈는데 그나마 거리에 재활용 쓰레기통을 설치하자거나 불량배들이 상점에 한 낙서를 지우기 위해 덧칠을 하는 등 상투적입니다. 

    주인공 트레버는 다릅니다. 그는 작은 선행이라도 이어지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란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에 옮깁니다. 우선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이들 각자가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고 그 도움을 받은 사람이 각각 다시 다른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방식이었습니다. ‘앞으로 (딴 사람에게) 갚으라(Pay it Forward)’-이게 이 책의 원제입니다-는 조건만 붙이고요.

    당연히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세상이 바뀌겠냐는 의문이 들 겁니다. 하지만 트레버는 이렇게 16단계만 지나면 400만명이 넘는 이가 선행에 동참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물론 이건 작가의 생각이기도 하겠죠. 트레버는 자기 아이디어를 비웃는 급우들에게 “점수 때문이 아니야. 정말로 세상이 변하는지 알고 싶어서야”라고 항변한다. 그래서 세상이 바뀌었을까요.

    트레버의 시작은 초라합니다. 먼저 거리의 부랑자 제리, 관절염에 시달리며 홀로 사는 그리버그 부인 그리고 자기 엄마 아를렌을 돕습니다. 그러나 착실하게 재기하는 듯하던 제리는 유혹에 넘어가 다시 마약을 하고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무료로 정원을 가꿔주던 그린버그 부인은 돌연 세상을 뜨고 미혼모인 엄마를 루벤 선생님과 맺어주려 하지만 “사랑은 피아노처럼 조율할 수 없는 법”이란 냉정한 ‘현실’만 깨달을 따름입니다.
     
    “은혜를 보답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어. 네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사람들은 고마움을 잊는다고”라는 트레버 급우의 말이 맞는 듯싶습니다. 그렇지만 선행의 씨앗은 보이지 않아도 자라, 거친 세파에도 열매를 맺습니다. 제리는 교도소에서 나온 후 남모르게 트레버의 ‘계획’에 동참하고 뜻하지 않게 그린버그 부인의 유산을 받은 매트의 정의로운 행동은 트레버도 모르는 사이 갱들의 세계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폭력배 사망률이 뚝 떨어져 주목의 대상이 될 정도로. 

    트레버가 처음부터 ‘효과’를 재고 난 뒤 선행을 했다면 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을 겁니다.  트레버는 돕고 싶은 사람을 돕는다면 그건 그다지 큰 도움이 아니라면서 “꼭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되고, 큰일이냐 아니냐는 누구에게 베푸느냐에 달린 것”이라 믿습니다.

    책 읽는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웃픈’ 결말은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트레버 엄마와 선생님의 로맨스를 녹여내는 등 읽는 재미도 가득함은 꼭 이야기해 두고 싶습니다.

    “변하려 하지 않으려면 변하지 않는다. 늘 그렇게 행동하면 똑같은 꼴을 당하기 마련이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이 ‘착한’ 소설이 읽는 이의 연말을 푸근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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