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피플’ 인터뷰] “현대무용과 스토리의 만남” 이준철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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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 피플’ 인터뷰] “현대무용과 스토리의 만남” 이준철 안무가

    • 입력 2020.12.27 00:01
    • 수정 2023.09.07 12:46
    • 기자명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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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철 안무가 (사진=이준철 댄스랩)
    이준철 안무가 (사진=이준철 댄스랩)

    어렸을 때부터 단순히 춤을 좋아했던 한 학생은 발레를 거쳐 현대무용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2014년 춘천으로 와 2015년 ‘이준철 댄스랩’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느새 현대무용이 낯선 춘천 시민들에게 몸짓과 스토리의 조화로 친근하게 다가선 이준철 안무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준철 안무가는 교육사업을 하면서 ‘이준철 댄스랩’ 단원들과 함께 프로젝트성 공연을 하고 있다. 단원들 역시 예술대학강사 등 다양한 일을 하다 공연이 잡히면 퇴근 후 연습실로 모인다.

    춘천 시민들이 현대무용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게 다양한 노력과 방법을 시도했다는 그는 현대무용에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어 연극 요소를 가미했다. 그는 “한시간 동안 몸짓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관객들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안무에 스토리를 넣었다. 캐릭터가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며 “연극적인 요소가 많아 혼자 추는 솔로보다 듀엣이나 트리오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이준철 안무가(가운데)와 ‘이준철 댄스랩’ 단원들 (사진=김은혜 기자)
    이준철 안무가(가운데)와 ‘이준철 댄스랩’ 단원들 (사진=김은혜 기자)

    지난 17일 이준철 안무가와 단원들의 프로젝트 공연인 토치카-밑으로 올라간 사람들(이하 ‘토치카’)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토치카’는 러시아어로 ‘벙커’를 뜻한다. 이준철 안무가는 ‘관객들에게 생소하게 다가가 궁금증을 유발하자’는 의미에서 ‘토치카’를 선택했다.

    토치카는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묶여버린 삶을 살던 ‘엄마’와 10년째 만년 대리이자 소심한 남자인 ‘회사원’, 항상 혈흔이 묻어있는 조직의 보스 ‘건달’과 돈과 외모가 행복의 척도인 ‘된장녀’ 그리고 늘 웃고 있는 모습의 ‘간호사’가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체계와 규율, 시선을 피해 토치카로 도망치지만 토치카 안에서 또다른 체계가 만들어지자 결국 토치카를 떠나버린다.

    이에 이준철 안무가는 “마지막에는 또다시 누군가 토치카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관계나 규율, 체계를 바꿀 수는 없다. 충분히 적응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이준철 안무가가 단원들의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은혜 기자)
    이준철 안무가가 단원들의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은혜 기자)

    이처럼 한시간 가량의 공연을 위해서는 연출, 안무, 출연진, 무대감독, 기획 등 다양한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이준철 안무가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그는 “나를 내려놔야 한다. 흰머리가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무용에는 정답이 없으니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되는 것 같다. 수용하는데 꽤 오래걸렸다”고 털어놨다.

    ‘이준철 댄스랩’은 코로나19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다행히 계획된 공연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최근 홍천에서 했던 ‘헬로, 포차-그때를 말하다’는 실시간 라이브로 진행됐다. 그는 “코로나19로 예술 업계가 많은 타격을 받았다. 영상매체와 협업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철 댄스랩’은 주로 6월과 9월에 공연을 연다. 내년에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그는 “아직은 기획단계다. 가슴아픈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며 “저출산은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런 점들을 몸짓으로 표현해야 해서 어렵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대극장보다 무용수들의 숨소리와 손가락 움직임까지 다 느낄 수 있는 소극장을 선호한다는 그는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준철 안무가는 “현대무용으로 다가가는 안무가가 있는 반면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있는 현대무용을 통해 관객들과 깊게 소통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은혜 기자 keh113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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