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손을 잡을 수 없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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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손을 잡을 수 없는 시대

    • 입력 2020.12.29 00:00
    • 기자명 김선일 소양성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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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일 소양성결교회 담임목사·춘천시목회자연합회장
    김선일 소양성결교회 담임목사·춘천시목회자연합회장

    사람의 손에 의해 병원균이 옮겨진다는 것을 모르던 1847년. 산부인과 의사인 제멜바이스는 감염의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으로 손씻기를 강조하며 인류의 위생사를 새로 쓰게됐습니다. 170여년이 지나고 이미 상식이 된 손씻기이지만 코로나19로 새롭게 주목받는 요즘 손씻기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중요한 일상입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수술 전 의사처럼 오랫동안 손을 씻습니다.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손소독제를 곳곳에 두고 사용합니다. 내 손에 그리도 더럽운 세균이 많았던가. 덕분에 감기환자도 줄었다니 손씻기의 위력을 실감한 올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성도들과 악수를 할 수 없고 댑(dap) 방식의 주먹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건 시간이 지나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자연스럽게 잡았던 손울 잡을 수 없는 시대의 서글픔을 매일 마다 느끼며 사람의 온기마저 잃어버린 듯해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손을 잡는 행위인 악수는 오랜시간 인사의 형태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고대부터 서로가 무장하지 않은 평화와 안전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이지요. 서로의 안전을 위해 일상화된 문화가 오히려 안전을 해치고 전염의 가능성으로 기피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현재의 우리들입니다. 

    손잡기는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의 스킨십은 대개 손잡기로 시작됩니다. 깍지를 끼고 친근하게 이뤄지는 손잡기는 사랑의 행위임에 분명합니다. 손을 잡고 가는 길은 함께 갑니다. 손을 잡으면 이별할 수 없고 같은 방향으로 가게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은 치유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손만 대어도 아픈 배가 나았던 할머니의 손은 신기한 사랑의 약손이었습니다. 허은실 시인은 ‘이마’라는 시에서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 이마에 손을 대주는 그 한사람이 없는 순간이 가장 서럽다고 고백합니다. 가족이나 친구나 누구라도 손을 대주는 사람의 접촉이 필요한 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누구의 손도 잡지 못하는 것은 서글픈 일입니다. 우리에겐 손길이 필요합니다.  

    성경 속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을 만날 때 손을 내미셨고 잡아주셨습니다. 접촉 금지의 대상인 한센병 환자를 안수하시며 치유하셨고 바람을 보고 두려워 물에 빠진 베드로에게 즉시로 손을 내미셔서 건지셨습니다. 도마는 예수님의 손을 만지며 부활하신 주님을 확인했습니다. 예수님의 손은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연결고리고 십자가 구원의 완벽한 증거였습니다. 그 손을 잡은 사람은 구원받고 회복됐습니다.

    지금 우리에겐 사랑하는 마음의 손잡기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미래가 막막한 청년들에게, 경제적 손실앞에 한숨짓는 소상공인들에게, 추운겨울 외롭게 숨죽이고 있는 독거인, 소외계층들에게, 질병으로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도움의 손길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내 손을 내밀어 도와야 할 것입니다. 새해 코로나도 경제도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지만 단 한 명이라도 내 힘든 상황을 이해해 준다면 새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웃의 아픔과 외로움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며 사랑의 손길을 내미는 마음의 손잡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뜬금없지만 코로나와 발음이 비슷한 ‘코리아나’가 88올림픽 때 불렀던 로고송이 기억납니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서로 서로 사랑하는 한마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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