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읽기] 자영업자 임대료 정부가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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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태의 경제읽기] 자영업자 임대료 정부가 나서라

    • 입력 2020.12.21 00:00
    • 수정 2020.12.21 08:28
    • 기자명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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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태 언론인
    차기태 언론인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강제로 사업장을 닫거나 영업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서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론도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K-방역’ 성과에 도취된 나머지 정부가 방역정책을 어설프게 한 것도 한몫한다. 환자가 조금 늘어나면 강도를 다소 높였다가 약간 줄어들면 다시 완화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날개를 달게 됐다.

    가장 큰 고통은 이번 위기가 언제 끝날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칫 많은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사업장의 임대료 문제는 자영업자들을 더욱 옥죈다. 매출은 추락하는데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임대료는 그대로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월 일부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자진해서 깎아주는 등 ‘착한 임대인’을 자처하고 나서기도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호응하는 몸짓을 보였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며 민간의 ‘착한 임대인’ 운동에 건물주 5915명이 동참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이 임대료 인하와 납부유예 등으로 1500억원 가량을 소상공인에게 지원했다. 

    그렇지만 한국의 경제규모나 예산규모에 견줘볼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에게는 ‘언 발에 오줌눟기’일 뿐이다. 그러니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늘어난다. 버티는 자영업자들은 고용하고 있던 종업원을 내보낸다. 

    정부와 여당도 이제야 이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공정하지 않다”거나 “가혹하지 않다”는 둥 한마디씩 했다. 

    정부는 지난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민간의 자발적인 임대료인하를 세제와 금융으로 지원하고 공공부문의 임대료 부담 완화를 촉진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 방안의 하나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하도상가 등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에서 영업하는 소상공인에게 임대료 납부를 미뤄주고 연체료를 깎아준다는 내용이다. 임대료 납부기한은 1년까지 유예되고 연체료도 임대료의 12∼15%에서 6∼7.5%로 낮아진다. 

    그렇지만 이 역시 큰 도움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납부기한 유예나 연체료 인하 수준의 대책만으로 소상공인의 기력이 되살아난다고 기대할 수 없다. 임대료와 사용료를 대폭 깎아주는 등 과감한 추가대책이 필요하다.  

    임대인에게도 더 획기적인 ‘당근’이 주어져야 한다. 예컨대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민간임대인에게는 깎아준 임대료의 50%만 세액에서 공제해줄 것이 아니라 70~80% 또는 전액을 공제해주는 등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임대료의 일부를 정부가 직접 보조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이 최선일지는 정책전문가들이 검토해서 결정하면 된다. 분명한 것은 생색내기 수준의 지원으로는 소상공인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5차 추경예산 편성론까지 거론된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임대료멈춤법’이라는 법안을 발의했다. 집합금지 업종에 대해 임대인이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게 하고 집합제한 업종에 대해서는 임대료의 절반 이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막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유재산 침해 등 위헌 논란을 야기할 여지가 커 보인다. 

    그런 무리한 법안보다는 차라리 청와대와 행정 각부처, 입법부 사법부 등의 특수활동비나 판공비를 징발하는 것이 쉬울 것이다. 내년에 시행할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 각종 국책사업 가운데 시급하지 않은 사업의 예산도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과감하게 돌려야 한다. 정부가 결심하면 된다.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고통분담의 자세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에도 고통분담의 정신으로 위기를 넘겼다. 임대료 인하도 바로 그런 정신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 노력을 지금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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