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방송 프로그램의 포맷을 수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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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방송 프로그램의 포맷을 수출하려면…

    • 입력 2020.12.16 00:00
    • 수정 2020.12.16 09:19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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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최근 방송계에 큰 경사가 생겼다. 요즘 방송중인 MBN 예능 프로그램 ‘인생역전 뮤직게임쇼-로또싱어’의 포맷이 미국 지상파 폭스(FOX)에 수출된 것이다. 미국 폭스사에 수출돼 미국판(The Masked Singer) 시즌 1~4를 제작해 큰 반응을 일으킨 MBC ‘복면가왕’에 이어 두번째 쾌거다.

    이번에는 ‘복면가왕’ 때와 달리 단기간에 수출이 성사됐다. 예능 프로그램이 국내 방송을 거쳐 미국에 진출하려면 2년 정도 소요되는 게 관례인데 ‘로또싱어’는 지난 10월3일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신설 프로그램이라 수출이 급속히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그게 가능해진 것은 글로벌 포맷 IP(지식재산권)를 개발, 유통하는 포맷 전문회사인 ‘포맷티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로또싱어’의 개발, 수출을 담당한 포맷티스트 김일중 이사는 “포맷 판매 수익은 포맷티스트와 개발자인 예능작가가 반반으로 나눈다. 그게 작가들에겐 매력이다. 지금까지 작가들은 포맷을 개발한 사람도 있지만 방송 원고료만 받아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드라마를 쓰는 작가는 해당 콘텐츠가 수출되면 저작권을 인정받아 수익을 분배받았지만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 개발자는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프로그램의 포맷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개발한 사람에게 저작 권리 혜택이 주어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창의력이 있는 인력들이 들어올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된다면 창의적인 포맷 개발이 활성화돼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포맷 수출을 활성화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콘텐츠 산업이 급속한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포맷을 수출하면 큰 돈이 된다. 그 정도로 시장 규모는 커져가고 있는 상태다. MBC가 ‘복면가왕’ 포맷을 수출해 벌어들인 수익은 비공식적인 집계지만 1000억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진=MBN ‘로또싱어’)
    (사진=MBN ‘로또싱어’)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은 인터넷과 SNS 환경, 즉 유튜브와 넷플릭스다. 일본에서 4차 한류를 촉발시킨 콘텐츠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래스’인데 이는 넷플릭스를 통한 확산이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글로벌화는 더욱 촉진되고 있다.

    이제 미국 빌보드 어워즈는 남의 잔치가 아니라 우리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 열린 2020 빌보드 어워즈에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했지만 미국에 가지 않고 한국의 인천공항에서 무대를 꾸몄다. 미국 팬덤 시장은 이제 우리에게 매우 가까이 있는 것이다.

    방송국들도 이런 글로벌화 흐름을 타고 있다. 지상파는 광고 수입이 점점 줄어들면서 콘텐츠를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콘텐츠 제작업은 이미 내수시장을 벗어났다. 한국인만을 소비자로 해서는 제작비를 회수하기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을 정도로 방송 콘텐츠 제작 규모가 커져가고 있다.

    결국 콘텐츠는 수출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인데 K팝과 달리 예능과 드라마는 포맷 수출 또는 리메이크 판권 수출 등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이는 돈도 벌고 한류 문화를 확산 시키는 좋은 전략이기도 하다. 

     

    (사진=‘복면가왕’ 해외판)
    (사진=‘복면가왕’ 해외판)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이 포맷의 독자성을 인정받으려면 차별화된 구조, 아이디어와 표현방식이 잘 접목돼 차별화된 특성과 구조가 드러나야 한다. ‘더 보이스’의 돌아가는 의자 같은 거다. 이 유니크한 걸 따라하는 순간 베끼게 된다. 그러니 구매할 수밖에 없다.

    포맷산업은 페이퍼 포맷(기획서)이 좋아야 하고 프로토콜, 스트락쳐, 유니크 셀링 포인트를 갖추면 좋다.

    ‘로또싱어’도 가수 45인이 경연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게 아니라 제작진까지 모르는 현장 점수를 시청자들이 유추해 상위 6인을 맞히면 상금을 획득한다는 차별성을 인정받았다. 

    우리는 지나치게 연예인, 셀럽 위주로 예능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는데 이것은 포맷 수출에는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백종원의 ‘맛남의 광장’이나 베어 그릴스의 ‘Man vs Wild‘는 포맷 수출로는 힘들다. 누가 나와도 재미있을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열린 구조’다. 그래야 100회까지 갈 수 있다. 썸 예능 ‘하트시그널’처럼 시즌마다 결론이 나오고 보는 동안 룰도 있고 연예인 패널이 커플을 예상해보는 추리와 게임의 요소도 있다.

    ‘더 보이스’의 체어, 복면가왕의 마스크 등 인상적인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회당 제작비가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획물은 어떤 나라나 어떤 제작사나 사갈 수 있다. 복면가왕의 마스크는 10만원에서 1억원까지 다양하게 제작된다.

    한국은 세계 포맷 시장에서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독창적인 포맷으로 콘텐츠 산업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포맷 트렌드는 급변하기 때문에 물이 들어왔을때 노를 저어 수준과 존재감을 올려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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