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마스크로 입소문···홈패션공방 ‘애플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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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마스크로 입소문···홈패션공방 ‘애플그린’

    • 입력 2020.12.13 00:01
    • 수정 2023.09.07 12:33
    • 기자명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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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춘천 홈패션공방 ‘애플그린’ 강미현 대표 (사진=김은혜 기자)
    춘천 홈패션공방 ‘애플그린’ 강미현 대표 (사진=김은혜 기자)

    “롤모델은 어머니뻘 되시는 동료 선생님이에요. 재봉틀을 평생 만지고 싶어요.”

    ‘드르륵’ 소리에 발길이 멈춰지는 곳이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용하던 정겨운 재봉틀 소리에 문득 추억에 잠긴다. 석사동에 위치한 홈패션공방 ‘애플그린’은 매일 마스크 만드는 소리로 분주하다. 최근 ‘애플그린’의 강미현 대표를 만나 한땀한땀 수 놓은 바느질처럼 차분하고 섬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애플그린’ 색을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다는 강 대표는 공방 이름을 정할 때도 주저없이 ‘애플그린’을 선택했다. 10년째 ‘애플그린’을 운영 중인 강 대표는 공예일을 한지 20년 된 베테랑 강사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가정시간을 가장 좋아해 의상학과를 전공했다. 잠시 설계사무소에서 일했으나 춘천 문화센터에서 클레이 수업을 접한 뒤 홈패션과 의상까지 배우게 됐다”며 “소규모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앞치마, 아기 옷, 생활한복 등을 주문제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패션 마스크와 겉감, 안감, 실, 시침핀, 바늘, 끈으로 구성된 마스크 키트 주문으로 새벽까지 재단한다는 강 대표는 “내년까지 마스크 판매가 주를 이룰 것 같다. 하지만 마스크 주문은 인제 그만 들어와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겉감, 안감, 실, 시침핀, 바늘, 끈으로 구성된 마스크 키트 (사진=김은혜 기자)
    겉감, 안감, 실, 시침핀, 바늘, 끈으로 구성된 마스크 키트 (사진=김은혜 기자)
    재봉틀로 제작된 패션 마스크 (사진=김은혜 기자)
    재봉틀로 제작된 패션 마스크 (사진=김은혜 기자)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로 경제, 심리적으로 무척 힘들었다는 강 대표는 “춘천 내 재봉틀 종사자들로부터 마스크 봉사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 총괄을 맡았다”며 “이후 춘천 평생학습관을 통해 장소와 기부처를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평생학습관 회원들, 자원봉사자들, 공방 선생님들이 모여 마스크 3000개를 만드는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다시 재봉틀을 만질 수 있어 행복했다는 이들은 밤새 작업해 마감시간보다 하루를 더 앞당길 수 있었다. 강 대표는 “총괄을 맡아 책임감이 생겼다. 많은 분이 도와줘 시간 안에 만들 수 있었다”며 “마스크는 장애인, 노인, 아동 복지관 등에 기부됐다.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에 강원도 평생교육진흥원은 강 대표에게 ‘홈패션 마스크 만들기’ 동영상 강의 제작을 제안했다. 최근 유튜브에 바느질 관련 영상이 많이 올라와 ‘나도 못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는 강 대표는 “평생교육진흥원 직원 두 명을 앞에 앉히고 설명하면서 강의를 촬영했다. 생각보다 자연스러워 만족했다”며 “다만 편집자가 바느질을 잘 모르는 남자분이었는데 나에게 ‘바느질 법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사진과 자막으로 정보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들은 후 춘천 평생학습관에서 이차로 영상을 제작했다"면서 “춘천시와 평생학습관이 주관하는 비대면 교육을 받으면서 영상 프로그램을 익히고 있다”고 했다.

    이후 ‘애플그린’은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인터뷰 중에도 마스크 주문을 위해 걸려오는 전화로 몹시 분주했다. 강 대표는 “마스크를 다른 매체를 통해 판매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통해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 오늘도 밤을 새워야 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강미현 대표의 조카들이 입었던 생활한복 (사진=김은혜 기자)
    강미현 대표의 조카들이 입었던 생활한복 (사진=김은혜 기자)
    강미현 대표의 조카들이 입었던 생활한복 (사진=김은혜 기자)
    강미현 대표의 조카들이 입었던 생활한복 (사진=김은혜 기자)

    ‘애플그린’에는 정성이 가득담긴 생활한복이 전시돼 있다. 이에 강 대표는 “철릭이라는 생활한복이다. 남자들이 사냥할 때 입었다고 한다”며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원피스처럼 편하게 입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조카에게 만들어 줬더니 너무 좋아하더라. 받는 사람이 기뻐하면 나도 기쁘다. 이 기분 때문에 일을 계속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르치기만 하면 수강생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강 대표는 “춘천 내 재봉틀 수업을 들으며 내가 몰랐던 노하우를 배운다. 수강 후 내 강의법에 접목해 수강생들이 더 편하게 배울 수 있게 한다”며 “노하우뿐만 아니라 수강생들을 대하는 법도 배운다. 수강생과 강사의 마음 모두 생각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애플그린’이 평생직장이라는 강 대표의 목표는 수강생들이 바느질에서 시작해 가정용 재봉틀을 마련하고 옷 수업까지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머니뻘 되시는 동료 선생님처럼 이 일을 쭉 하고 싶다는 강 대표의 ‘애플그린’은 오늘도 ‘드르륵’ 소리와 함께 힘찬 하루를 시작한다. 

    [김은혜 기자 keh113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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