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가 삼켜버린 퇴계동 아이들의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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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코로나가 삼켜버린 퇴계동 아이들의 웃음소리

    • 입력 2020.12.04 00:02
    • 수정 2021.11.29 17:18
    • 기자명 석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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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남부초등학교 인근 학원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는 문구와 함께 임시 휴원 소식을 알리는 안내문을 학원입구에 내걸었다. (사진=석민정 기자)
    춘천 남부초등학교 인근 학원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는 문구와 함께 임시 휴원 소식을 알리는 안내문을 학원입구에 내걸었다. (사진=석민정 기자)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더니 여러 가지로 불안해 하더라구요. 검사 당일에는 출근하지도 못했죠. 음성판정을 받고서야 온 가족이 한시름 놓게 됐네요.”

    3일 춘천 퇴계동에 위치한 남부초등학교 주변 거리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진 채 썰렁함만 맴돌고 있었다. 주변 상가 역시 불이 켜진 곳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운동장을 뛰어놀거나 수업시간 떠드는 소리가 사라진 학교 주변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학교에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으면서 인근의 문구점 두 곳은 문을 열지 않았으며 하교 후 아이들이 찾는 분식집도 4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학원가 역시 문앞에 ‘임시 휴원’을 알리는 안내문이 곳곳에 부착돼 있었다.

    진희석 춘천시학원연합회장은 "퇴계동 일대 학원들이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휴원을 결정하고 있다"며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휴원을 하겠다고 이야기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부초등학교 맞은편 아파트단지에는 지나다니는 주민을 찾기 어려웠다. (사진=석민정 기자)
    남부초등학교 맞은편 아파트단지에는 지나다니는 주민을 찾기 어려웠다. (사진=석민정 기자)

    주변 아파트단지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남부초등학교 바로 맞은편 한 아파트에도 지나다니는 주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 식당도 점심시간인 12시에도 배달 전화기만 울릴 뿐 매장에 손님은 한명도 찾아오지 않았다.

    남부초 후문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이명옥(60)씨는 "23년 이곳에서 장사를 하면서 이렇게 장사가 안됐던 적이 없는 것 같다"며 "거리두기 1.5단계도 큰 영향이 있었는데 오늘부터 2단계로 격상한데다 주변 코로나19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퇴계 현대1차 아파트 주민 유병윤(66)씨는 “평소 기저질환이 없어 건강을 자부했지만 막상 근처에서 발생하니 불안감을 넘어서 심각한 상황이라는게 체감됐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도 “사람이 많으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게 되고 외출도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퇴계동에 거주하는 남부초등학교 학생(춘천 90번)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이후 해당 초등학교 학생 3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학부모를 비롯한 퇴계동 주민 전체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시민들. (사진=MS투데이 DB)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시민들. (사진=MS투데이 DB)

    90번 확진자 발생 이후 남부초등학교에는 긴급 선별진료소가 설치, 2일 학생 및 교직원 760명에 대한 진단검사가 진행됐으며 밀접 접촉자 74명은 자가격리 조치가 이뤄졌다. 또 학생이 방문한 학원 두 곳에서도 44명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돌입했으며 29명이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춘천시 보건소에 따르면 90번 확진자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3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음성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앞으로 초등학생 확진자 관련 접촉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추가 확진판정을 받은 춘천 91번, 92번, 93번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와 이들 접촉자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고 추가 접촉자가 늘어나면서 해당 초등학교는 15일까지 전학년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학원가도 자체 휴원에 돌입하면서 퇴계동 일대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한파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퇴계동 주민 김명순(67)씨는 “주변에서 퇴계동 주민이라고 하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위험한 동네’라고 한다”며 “그동안 퇴계동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도 ‘조심해야지’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체감하는 불안 정도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석민정 기자 suk3845@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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