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두부를 찾아서…춘천 퇴계동 ‘한담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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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두부를 찾아서…춘천 퇴계동 ‘한담두부’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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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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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엔 낙엽이 가득 쌓여 앙상한 나무들만 남은 요즘, 날이 점점 추워진다. 완연한 겨울하늘 옷의 단추를 다 채우고 몸을 잔뜩 웅크리며 걸어가는 어느 퇴근길. 배가 고파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바로 먹고 싶기도 하고 너무 추워서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이 순간, 고소한 냄새와 자주 보기 힘든 굴뚝을 통해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모습에 홀린 듯이 들어간 곳이 퇴계동 ‘한담두부’다.

퇴계동CGV 뒷편에 위치한 시장형 상가에 위치한 한담두부는 식당이 아닌 두부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파는 모든 콩에 관련된 제품은 가게에서 만들어진다. 두부, 순두부, 콩 국물, 비지, 그리고 가끔 제철 과일이나 야채가 추가된다. 작은 가게로 들어가니 먼저 엄청난 양의 콩들이 포대 가득 쌓여 있다. 국산 콩 100%라고 가게에도 물론 표기돼 있다.    

 

가게 내부와 제품 모습. (사진=박기연 객원기자)
가게 내부와 제품 모습. (사진=박기연 객원기자)

카운터 바로 왼쪽에 진열대가 있었다. 맨 위칸엔 오늘 만들어진 두부들이 진열돼 있고 그 아래 순두부들이 같은 모양으로 포장돼 있었다. 맨 아래칸에는 가끔 판매하는 제철 채소들과 비지가 있었다. 비지는 원하는 만큼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사진엔 담기지 못했지만 콩국물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젊은 부부가 함께 꾸려 나가는 이 가게에서 두부 제조는 아내가 담당하고 제품 설명, SNS관리는 남편이 담당한다고 한다. 주말에는 가끔 쉬는 경우가 있는데 이날은 여사장님이 강릉으로 직접 두부제조 수업을 들으러 가는 날이다.

어릴 적 할머니가 집에서 만들어 주던 두부 맛을 못 잊어 직접 두부가게를 차리게 된 사장님의 열정에 구매하기도 전에 믿음이 갔다. 카운터 뒤편이 이들의 두부 작업 공간이었다. 그 안엔 큰 가마솥이 여러 대 놓여 있었다. 전통적인 두부 만드는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 가마솥을 맞춤 제작했고 국산 콩과 고성 해양심층수를 사용, 한담두부만의 두부를 만든다.

사장님의 열정 가득한 얼굴과 한껏 올린 톤의 설명을 듣고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순두부와 두부 한 모를 구매했다. 

 

두부 사진. (사진=박기연 객원기자)
두부 사진. (사진=박기연 객원기자)

직접 만들었지만 포장지 위에 원산지와 제조일자, 유통기한이 확실하게 적혀 있다. 방부제와 화학 첨가제를 넣지 않았기에 유통기한은 짧다.

콩 그대로의 맛을 느끼기 위해 계란과 물,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순두부 찌개를 끓여봤다. 한 입 먹고 딱 처음 든 생각은 시골 장터에서 파는 두부 맛이었다. 약간 거칠지만 목 넘김이 부드럽고 고소한 콩냄새가 한 그릇 다 먹을 때까지 코끝을 감돈다. 시골 집에서 한참 눈싸움을 하고 들어와 젖은 옷을 화로 앞에 펼쳐 놓고 먹는 맛이다. 뜨거운 찌개를 후후 불어 다 먹고 나니 어느새 추위는 가시고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직접 끓인 순두부 찌개. (사진=박기연 객원기자)
직접 끓인 순두부 찌개. (사진=박기연 객원기자)

할머니가 해준 두부 맛을 회상하며 오늘도 새벽 안개를 헤치며 두부를 만드는 사장님. 어쩌면 그는 두부를 만들며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 아닐까?

/박기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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