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혀도 얼굴처럼 잘 가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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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혀도 얼굴처럼 잘 가꿔주세요

    • 입력 2020.11.27 00:00
    • 수정 2020.12.08 10:30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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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손은 자주 닦는데 혀도 그렇게 하세요? 혀도 얼굴처럼 거울을 보며 점검하시나요?
     
    혀는 일상생활 중에 꼭 불편할 때만 생각나지요. 혓바늘이 생겼다거나 음식을 먹다가 혀를 씹을 때, 영어발음이 안될 때 등 말입니다. 하지만 혀처럼 삶의 질에 깊숙이 관여한 기관도 없습니다. 맛을 느끼고 음식을 씹고 삼키도록 도와주며 발음을 만드는 참으로 다양한 용도의 기관입니다.

    그런데 요즘 혀를 관리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고부터입니다. 무슨 얘기일까요. 자신의 입을 통해 배출된 구취를 자신이 맡다보니 심상치 않은 것을 깨닫는 겁니다.

    입냄새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잇몸병이나 소화가 안 될 때, 또는 독특한 향신료를 먹었을 때도 나지만 실제 70~80%의 원인은 혀에 생성되는 설태 때문입니다.

    지난 5월 과학자들은 건강한 사람의 혀를 긁은 뒤 형광물질을 이용해 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그랬더니 현미경 아래에는 각종 세균들이 바다 속 산호처럼 총천연색으로 촉수를 뻗어가며 살고 있더랍니다. 

    예컨대 붉은색 액티노마이세스 박테리아는 혀의 상피조직에서 스트렙토코투스는 녹색의 모습으로 혀 가장자리에, 로시아 박테리아는 세균 군집들 사이에서 길게 뻗어나가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군요. 현미경으로 찍은 혀의 모습이 마치 오색찬란한 네온사인으로 뒤덮힌 도시의 밤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구강에는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살고, 얼마나 빨리 자랄까요. 대충 500~650종의 세균이 약 200억 마리 생존하는 걸로 추정됩니다. 구강 전체를 훑어보면 약 20㎎의 세균덩어리를 채집할 수 있고 1㎎에 1억 마리가 산다고 가정할 때 이런 계산이 나온다는군요. 
     
    더 흥미로운 건 빠른 증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세균은 배양접시에서 20분 만에 숫자를 배로 늘립니다. 하지만 입안에서는 다른 종끼리 경쟁도 해야 하고, 침과 음식으로 세척되기 때문에 200억 마리가 1000억 마리가 되기까지에는 24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해요. (혀에 80%가 산다고 가정하면 혀에는 800억 마리로 추산) 

    혀에 이렇게 많은 세균이 살고 있는 것은 혀의 구조 때문입니다. 혀의 표면에는 좁쌀 같은 유두라는 돌기가 있고 그 옆면에는 맛을 감지하는 맛봉오리가 분포합니다. 이런 복잡한 굴곡에 음식의 잔해물이 침착돼 미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죠. 입 냄새의 주범은 바로 이들 세균들이 단백질을 먹이 삼아 분해하면서 만드는 휘발성 황화합물(VSC)입니다.

    그러니 이제 식후에 치아 뿐 아니라 혀도 세심하게 닦아야 하는 이유가 생긴 거겠죠.
     
    그런데 유독 설태가 잘 낄 때가 있어요. 항생제를 복용했을 때 열과 탈수가 동반되는 질환이 걸렸을 때가 그렇습니다. 원인은 침샘 기능이 떨어져 입안에 침이 부족해서입니다. 당뇨병을 앓거나 고령층 역시 침샘이 퇴행하면서 침이 마릅니다. 또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어린이는 입으로 호흡을 하므로 입안이 마르면서 구취가 나요. 구강이 건조하면 침에 의한 세정 기능이 떨어져 세균은 더욱 왕성하게 자란답니다. 

    침 1㎖에는 1억마리의 세균이 있다고 해요. 하루 1ℓ의 침을 삼킨다고 하니 침만 잘 나와도 1000억 마리의 세균을 삼켜 위에서 세척한다고 보면 됩니다. (위에선 pH2의 강산성 위액이 나옴)

    그러면 이제 혀를 닦을 준비가 됐나요. 잠깐! 먼저 혀를 닦는 방법을 숙지하셔야죠. 실제 혀를 닦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잘못된 방법으로 혀에 상처를 낸다고 합니다.

    일본의 한 구강용품 회사가 칫솔로 혀를 닦는다는 사람 100명을 조사했더니 트러블이 없었다는 사람은 6명에 불과했습니다. 63명이 혀가 따끔따끔한 것을 경험했고 12명은 출혈을, 7명은 혀가 오히려 건조해졌으며 미각장애와 혓바늘로 고생한 사람도 각각 3명이나 됐습니다. 그렇다고 혀를 닦을 때 혀 전문용품을 사용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부드러운 칫솔모라면 무방합니다. 우선 혀를 길게 빼고, 치솔모를 가로로 해서 혀 안쪽부터 아래쪽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듯 닦는 것입니다. 이때 너무 안쪽까지 닦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구역질이 나기도 하지만 이 부위에 맛을 담당하는 미뢰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혀는 식후 치아와 함께 닦는 게 바람직하지만 아침 식전에도 시행해 보세요. 밤새 입안에 세균이 많이 증식해 있기 때문이지요. 혀를 닦은 뒤 건강한 혀의 색깔은 엷은 분홍색을 띠어야 합니다. 붉은색이 드러날 정도로 문지르면 점막이 탈락해 미뢰까지 손상된 징표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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