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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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손수건

    • 입력 2020.11.25 00:00
    • 수정 2020.12.08 10:30
    • 기자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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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건

     

                                      심상옥

     

    살면서 몇 개의 손수건을 나는 가졌나
    몇 번이나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주었나
    수건을 쥐고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마음의 바닥을 본다
    여태껏 내가 
    이곳에서 잘 한 일이 무엇이었나
    누구 묻는다면 무엇이라 대답할까
    가까운 것은 점점 멀어진다고 하면 될까
    그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 될까
    우리가 손수건을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몇 번이나 아침마다 손수건을 챙겼을까

    *심상옥:1982년 시집『그리고 만남』등단. *시집으로「오늘과 내일 사이」외 다수. (현)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손수건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시다. 이 시의 화자처럼 우리는 아니, 나는 “몇 번이나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나?” 자성의 목소리가 다시 “손수건을 쥔 손바닥을 들여다보게” 한다. “마음의 바닥, 즉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하여/몇 번이나 손수건을 챙겼을까?” 화자처럼 나 자신에게도 반문(反問)을 던진다. 그리고 이 시를 통하여 손수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첫 번째로 손수건은 ‘사랑’을 상징한다. 두 번째는 ‘이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생生의 환희와 환영의 의미가 깃든 원형상징이다. 70년대 초, 온통 화제가 되었던 오천석(吳天錫)의 ‘노란 손수건Yellow Ribbon’이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편저(編著)가 그것이다. 빙고라는 죄수가 가석방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환희의 이야기이다. 그는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나를 받아준다면 마을 어귀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매달아 달라고---”  편지를 보내놓고 답장을 받지 못한 채 막연히 고향, 플로리다주 해변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 사연을 알게 된 버스 안은 온통 설렘으로 가득 차 술렁댄다. 수심에 가득 찬 빙고는 그림자처럼 앉아 있고 승객들과 젊은 남녀들은 숨을 죽이고 그 마을, 부른스위크가 나타나기를 숨죽여 기다린다.

    20마일, 10마일, 5마일, 1마일, --- 드디어 창가에 매달려 있던 젊은이들이 일제히 환성을 지르며 춤을 추듯 뛴다. 노란 손수건은 하나가 아니라, 수백 개의 ‘노란 손수건’이 깃발처럼 물결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수건’은 이렇게 많은 의미를 지닌 물건이다. 우리들 일상의 용품이지만 ‘사랑’의 의미로 가득 차 있다. 드라마에서 보듯 남성이 여성에게 손수건으로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 혹은 눈물을 닦아 주는 일, 그리고 예전 우리네 할머니와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위해 그 ‘손수건’을 어떻게 사용했던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거기엔 눈물과 한숨으로 얼룩진 사랑이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의 화자는 ‘손수건’을 보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사랑과 헌신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있다.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야 할까?” 자문자답하면서 자신을 채근하듯 재인식한다. 조그만 손수건 한 장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았는가를 반문하는 것이다. 자기편이나 자기중심 위주로만 치달아가는 세상 한가운데에 던지는 은근한 화살의 한 촉(鏃)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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