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어른들의 레고 블럭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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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어른들의 레고 블럭 쌓기
  • 윤왕근 기자
  • 승인 2020.11.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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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왕근 MS투데이 취재1팀 기자
윤왕근 MS투데이 취재1팀 기자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장난감인 레고(LEGO) 블럭도 엄밀히 말하면 건설 혹은 건축과 같다. '브릭(brick·벽돌)' 혹은 '블럭(block)'으로 불리는 이 장난감은 단순 주택부터 해적선, 고대 문명, 2차 세계대전, 메가시티 등 다양한 세계를 구현해 내곤 한다. 

단순한 아이들의 장난감이 이처럼 다양한 세계관을 구현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몇개의 '기본 벽돌'이다. 이 기본 플라스틱 벽돌은 한정된 색깔과 모양들로 이뤄져 있지만 수많은 '응용 벽돌'을 결합해주는 주춧벽돌이 된다.

결국 '기본'과 '원칙'이 있는 몇개의 주춧 블럭이 다른 블럭과 무한에 가까운 결합과 분리를 거듭하며 장난감 박스에 그려진 도면과 동일하게 표현되거나 아이들의 사고력에 따라 독창적인 건축물이 완성되기도 한다. 주춧 벽돌과 응용 블럭끼리의 결합·분리는 수학적으로 9억개 이상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레고 블럭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사고력을 기르고 창조를 배운다. 기본을 바탕으로 무한한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2022년 상반기로 개장이 또 다시 연기된 춘천 레고랜드코리아 테마파크 부지 내에 놀이시설이 설치되고 있다.(사진=박지영 기자)
2022년 상반기로 개장이 또 다시 연기된 춘천 레고랜드코리아 테마파크 부지 내에 놀이시설이 설치되고 있다.(사진=박지영 기자)

그러나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의 레고 놀이'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기본이 없다.

지난 18일 강원도가 춘천 레고랜드 개장시기를 내년 7월에서 2022년 상반기로 또 다시 연기했다.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 탓이라고 했다. 이제는 소도 웃지 않을 핑계다.

이미 춘천 레고랜드는 개장시기만 여섯번째 바뀌었고 혈세 낭비, 임대수익 축소, 은폐 논란, 문화재, 공법 논란, 강원도개발공사 과다 채무 문제 등의 논란으로 사업이 벼랑 끝에 있다는 것은 레고 장난감을 갖고 노는 춘천의 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여름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레고랜드 임대수익 축소 논란은 이번 사업에서 기본을 무시한 대표적 사례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임대수익을 기존 언론과 도의회에 공개한 비율인 30%에서 10배 이상 줄어든 수치인 3%로 재조정하면서 도의회와 도민의 소통 창구인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진행했다는 것은 행정의 기본 중 기본을 무시한 처사다.

'레고랜드 방탄 경비대'를 자임하고 있는 강원도의회 여당의 모습도 기본을 망각했다. 춘천 레고랜드 주차장 부지매입 추가비용안 등 레고랜드와 관련한 천문학적 혈세 투입의 기로에서 도의회 여당 의원들은 제대로 된 검증없이 '거수기 모드'를 매번 작동했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집행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감시로 주민이 피땀흘려 낸 세금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 기본 역할을 잊은 것이다.

어지러운 소식 가운데 테마파크 조성공사 현장에 주요 라이드 시설 등 놀이기구가 순차적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문화재청이 건축공법 변경을 불허한 레고랜드 호텔과 전망타워 등 주요 기반시설은 허허벌판 부지로 남긴 채 말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비롯한 도 집행부, 강원도의회, 시행사인 영국 멀린사는 지금이라도 레고 블럭의 기본 원리를 되새겨봐야 한다. 과연 사업의 시작단계부터 진행과정 등에서 기본 블럭을 토대로 쌓아온 것인지, 어긋나 있는 블럭은 몇개나 되는 것인지를 재점검해야 한다.

억지로 끼워 맞춘 블럭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춘천과 강원도, 전국과 세계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사고력을 늘려줄 한국 최초 레고랜드 테마파크 성공의 관건은 바로 '기본'이다.
 

춘천 중도 레고랜드코리아 티마파크 조성공사 현장.(사진=MS투데이 DB)
춘천 중도 레고랜드코리아 테마파크 조성공사 현장.(사진=MS투데이 DB)

[윤왕근 MS투데이 취재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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