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환의 국밥로드] 5. 족보잇는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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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환의 국밥로드] 5. 족보잇는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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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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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강원대학교 후문의 어느 카페에서 과제를 하기보다는 ‘오늘은 어느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어볼까?’하고 딴 생각에 젖어서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내가 과제에 집중 못하는 까닭은 국밥 때문이니까 국밥을 먹고 오면 집중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주변의 국밥집을 찾아나섰고 그러다 발견한 곳이 ‘족보잇는 국밥’이었습니다. 이곳에는 화이트와 레드 순대국밥과 돼지국밥 그리고 밀면을 파는 음식점이었는데 부산 돼지국밥의 이미지를 가져온 듯해 제법 기대가 됐습니다.

저는 화이트 돼지국밥을 시켰고 가게 벽에 적힌 것처럼 숙주나물이 들어간다는 말에 ‘숙주나물은 잘못 요리하면 비린내가 심한데 과연 어떨까?’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밑반찬으로는 오징어 젓갈과 김치, 깍두기가 나왔는데 ‘소면’도 함께 나왔습니다.

소면은 부산식 돼지국밥집에서 자주 제공돼 나옵니다. 부산이 고향인 저로서는 국밥과 소면은 상당히 그립고도 반가운 조합이었습니다. 소면을 약간 내놓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반가운 마음과 기대를 품고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을 때는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분명히 맛은 있습니다. 국물에서 비린내가 심하게 난다던가 돼지냄새가 난다던가 하지는 않고, 맛의 유무로 따지면 분명 맛있는 쪽에 가깝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게 과연 돼지국밥의 국물인가? 아니면 돈코츠 라멘의 국물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겁니다. 물론 돼지국밥과 돈코츠 라멘 둘 다 돼지 육수를 사용해서 만든 요리이고 일반적으로 돈코츠 라멘의 국물 농도가 더 진하다는 점에서 돈코츠 라멘이 더 맛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주문한 요리는 돈코츠 라멘에 밥을 만 것이 아니라 돼지국밥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국밥의 고명인 돼지고기의 식감도 돼지국밥 특유의 거친 식감이라기보다는 돈코츠 라멘의 차슈와 같이 부드러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물론 이것에 대한 호감도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역이기는 합니다.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그러나 돼지육수 특유의 강렬한 향취를 강조하는 맛이라기보다는 좀 더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을 강조하는 족보잇는 국밥의 ‘화이트 돼지국밥’은 저처럼 돼지냄새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돼지국밥 국물이야?’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 맛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외양은 부산식 돼지국밥이지만 맛은 오히려 돈코츠 라멘 맛에 가까운 이 국밥집의 화이트국밥은 제 기억 속에서 게다(일본식 나막신)를 신은 부산사람처럼 조금은 어색한 맛으로 제 기억 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국물에 마늘을 추가할 수 있었다면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문성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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