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올 겨울 폐렴 특히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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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올 겨울 폐렴 특히 조심하세요

    • 입력 2020.11.14 00:00
    • 수정 2020.12.08 10:51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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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지난 11월12일은 ‘세계 폐렴의 날(World Pneumonia Day)’입니다. 가장 흔한 감염병이면서도 폐렴에 의한 어린이들의 희생이 줄지 않자 2009년 아동폐렴글로벌연합(The Global Coalition against Child Pneumonia)이 제정했지요. 실제 지금도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전 세계 어린이 100만명이 폐렴으로 죽어간다고 해요. 

    국내에서도 폐렴은 매년 사망 원인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어린이는 물론 고령자나 당뇨병, 만성폐질환, 심장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께는 코로나19보다 무서운 병이 폐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폐렴의 고위험성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는 걸까요. 그것은 아마 폐렴에 대한 잘못된 상식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먼저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폐렴은 호흡을 담당하는 폐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합니다. 폐는 일종의 산소교환장치입니다. 숨을 들이쉬면 산소가 기관지를 거쳐 폐에 도달하고, 이곳 허파꽈리(폐포)에 분포된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에 녹아들어갑니다. 이 허파꽈리에 염증이 가득차면 열이 나는 것은 물론 숨이 가빠지고, 가래가 끓는 등 전형적인 폐렴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거지요.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감기,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있지만 각종 세균이나 진균(곰팡이)도 주범일 수 있습니다. 

    결국 폐렴환자의 진단이 까다로운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예컨대 대학병원에 폐렴환자가 오면 의사들은 객담 뿐 아니라 혈액이나 혈청검사, 심지어는 흉부X선 사진을 찍어보는 등 다양한 검사를 동원합니다. 폐에 염증을 일으킨 원인균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균이 규명되지 않을 때는 이 약, 저 약을 써 봐가며 장기전에 돌입하기도 합니다. 동네의원에선 낫지 않던 폐렴환자가 대학병원에 가서야 치료가 되는 배경입니다. 

    폐렴구균 백신을 맞으면 모든 폐렴이 예방된다고 믿는 것도 문제입니다. 폐렴구균 백신은 단지 폐렴구균이라는 균에만 적용됩니다. 폐렴구균 백신을 맞았다고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에는 걸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치열하게 개발 중인 코로나19바이러스 백신 역시 해당 바이러스에만 항체를 만들어주는 백신이지요.
     
    그렇다면 정부가 왜 폐렴구균 백신을 적극 권장할까요.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어르신들과 12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무료접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폐렴구균이 국내 성인에서 발생하는 폐렴 중 최대 70%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인 원인균이기 때문이지요.

    폐렴구균은 급성중이염이나 부비동염(축농증)과 같은 비침습성 감염, 수막염·균혈증 등 침습성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입니다. 특히 영아를 비롯한 어린이, 그리고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접종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면역력이 극도로 취약한 영아에게 폐렴구균 백신은 생명을 위한 ‘수호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생후 1년 미만 영아의 예방 접종률은 96.6%, 24개월 94.1%, 36개월 90.4%(2017년 기준)로 주요 국가보다 2~9%p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참고로 폐렴구균 백신에는 회사별로 크게 단백결합백신과 다당백신 등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백신 종류에 따라 접종대상, 접종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보를 얻으시려면 질병관리청 예방도우미 홈페이지를 찾아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폐렴이 추울 때 왕성하게 확산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상식의 오류입니다. 공기의 온도는 폐렴을 유발하는 세균이 퍼져나가는데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이 실내에 모여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이때 감염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잘못 오해된 것이 아닌가 해석합니다.

    오히려 폐렴 발생은 열대성 기후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이 또한 위생환경이 열악하고,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나쁘기 때문이지 날씨 탓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제 폐렴구균 백신을 맞았어도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셨을 겁니다. 

    바야흐로 코로나19와 함께 인플루엔자의 계절에 접어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두 개의 감염 바이러스가 동시에 횡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을 걱정합니다. 그러니 이번 겨울엔 예년보다 더욱 각별하게 호흡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건강수칙을 잘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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