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환의 국밥로드] 4. 춘천 소쿠리 감자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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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환의 국밥로드] 4. 춘천 소쿠리 감자탕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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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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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하게 취했던 밤이었습니다. 뻥하고 차인 그날, 혼자 방에서 분노와 슬픔을 안고 소주를 들이켰습니다. 취한 몸과 영혼을 침대에 비스듬히 누이고, 잠을 자려다가 문득 배가 고파졌습니다. 비틀거리는 발걸음 따위야 인적이 드문 무렵의 새벽이었으니 그다지 상관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영혼 깊은 곳에서 몸부림치는 허기를 껴안고 거리를 헤매다 어둑어둑한 거리의 구석에서 ‘24시간 해장국’이라는 간판이 반짝거리는 ‘소쿠리 감자탕’을 발견했습니다.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보통 순대, 돼지, 내장, 뼈해장국 등을 팔 것 같은 가게에는 희한하게도 ‘뼈 없는 허파 해장국’이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습니다. 곧바로 허파 해장국을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뚝배기 한 그릇 가득하게 허파가 담긴 국밥이 나왔고, 겨자소스처럼 보이는 소스통 하나와 앞접시, 그리고 깍두기와 김치가 나왔습니다.

김치와 깍두기야 그냥 어느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는 흔한 비주얼이었고 푹 익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채소의 아삭한 맛을 좋아하는 저는 대파나 더 넣어 먹을까싶어 대파를 좀 더 달라고 했습니다. 밥은 갓 지어낸 밥이 아닌 듯 찰기가 약간 부족했습니다.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국물을 한 숟가락 맛 본 순간, 긍정적인 의미로 ‘이것 봐라?’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물은 고소하고 매콤했고, 콩나물이 제법 들어간 덕에 속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기는 밥을 말면 뚝배기가 아슬아슬하게 넘칠 정도로 양이 많았습니다.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허파고기는 육즙이 좀 빠져있는 상태이긴 했지만 충분히 부드럽고 맛있었습니다. 왜 소스와 앞접시를 따로 줬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양도 많았습니다. 소스통에 들어있는 소스는 겨자를 간장에 풀어 묽게 만든 것이었는데, 그 자체로는 맛있지만 해장국으로 먹기에는 궁합이 맞지 않는 듯한 맛이었습니다.

국밥을 한두 숟가락 뜨다보니 실연의 아픔도 자연스레 잊혀져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소주를 한 병 더 시킬까 했지만 과음이기도 했고 허파고기의 맛을 좀 더 온전하게 느끼고 싶어서 더 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술이 깨고 나서 또 먹어야겠다 싶어 24시동안 운영하는지 여쭤보니 코로나 때문에 저녁 6시부터 그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운영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사진=문성환 객원기자)

가게 내부에는 강원대 동아리 공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도 붙어있는 걸 보니 학생들도 자주 방문하는 듯한 맛집인 것 같았습니다. 음식을 다 먹어갈 때쯤 학생들이 ‘이모, 저희 또 왔어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들어오자 주인 아주머니는 반갑게 맞아줬고, 이를 보며 ‘정 많은 분이시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쿠리 감자탕’의 많은 메뉴를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허파 해장국’은 한 번쯤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문성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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