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피플’ 인터뷰] 춘천 출신 첼리스트 ‘첼로댁’ 조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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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 피플’ 인터뷰] 춘천 출신 첼리스트 ‘첼로댁’ 조윤경

    서울대 음대·美줄리어드·英왕립음대 거친 재원
    세계적 권위 ‘위그모어 홀’서 독주회 열기도
    “위기를 기회로” 10개월 부상시기 인생 2막 열어
    ‘첼로댁’ 구독자 8만9000명..“첼로 대중화 꿈꾼다”

    • 입력 2020.11.14 00:01
    • 수정 2023.09.07 12:49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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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첼리스트 조윤경 제공)
    (사진=첼리스트 조윤경 제공)

    인생에 있어 첼로는 또다른 목소리인 것 같다고 말하는 춘천 출신 첼리스트 조윤경은 최근 유튜브 음악 크리에이터 ‘첼로댁’으로 변신,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춘 채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키가 컸다는 조윤경은 현악기를 시키고 싶어하셨던 부모님의 권유로 첼로를 시작했다. 첫 시작은 취미였지만 예술중학교 입시를 계기로 약 20년의 세월을 첼로와 함께하고 있다.

    예술중, 예술고 진학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하숙을 시작했던 조윤경은 오로지 대학진학을 위해 악기와 공부에 모든 시간을 쏟았다. 피나는 노력 끝에 서울대 음대에 입학한 그는 재학시절 사진, 보컬 동아리 등의 대외활동을 통해 타대생들과 자주 교류했다. 그는 “그때의 경험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 일에 있어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음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조윤경은 서양음악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가 뉴욕 줄리어드 음악대학원에서 석사를 이수했다. 줄리어드 시절에 대해 그는 “정말 다양한 음악적인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교수님들, 음악가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후 서양 음악의 본고장인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왕립음악대학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그는 그 시절에 대해 “학교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하고 여러 무대에 올라 연주력과 경험을 쌓는 소중한 2년이었다”고 소회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경험은 프랑스 첼리스트 ‘코티에 카퓌송’을 멘토로 한 파리 ‘루이비똥 파운데이션’에서 진행했던 첼로 클래스에 선발돼 꿈 같은 6개월을 보낸 기억이다. 국제적으로 주목했던 클래스였기에 한국에서도 ‘첼리스트 조윤경’이라는 타이틀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사진=첼리스트 조윤경 제공)
    (사진=첼리스트 조윤경 제공)

    이후에는 다니엘 바렌보임이 상임 지휘자로 있는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서 아카데미스트로 연주 활동을 했다. 조윤경은 해외에서 경험한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런던 ‘위그모어 홀’에서 열린 독주회를 꼽았다. 이유에 대해 “유학 전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그모어 홀에서 연주하는 오랜 꿈을 이루게 된 연주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01년 문을 연 실내악 음악 홀인 위그모어 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소중한 실내악 음악 홀이라고도 할 수 있다.

    노력과 재능 덕에 내로라하는 명문을 거치면서 위기라곤 없었을 것 같았던 조윤경은 갑자기 찾아온 왼쪽 손가락 부상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독주회, 국제 콩쿠르 준비로 하루 9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하면서 겪게 된 부상이었던 것.

    당시 10개월간 첼로를 내려놓아야 했던 조윤경은 “첼로 지판을 건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며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악기를 쉴 수밖에 없었던 그 기간이 ‘인생의 첫 쉼표’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첼로가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는 그는 절망에 빠져있기 보단 그동안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우는 기회로 삼았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가장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했던 때에 제 인생의 2막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조윤경은 ‘첼리스트’로 연주 활동을 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과 별개로 유튜버 ‘첼로댁’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 ‘첼로댁’은 8만9000명의 구독자를 넘어서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메인 채널인 ‘첼로댁’에는 커버 영상, 클래식 연주 영상, 브이로그 등을 올리고 ‘첼로댁 클래스’ 채널에는 첼로 레슨, 첼로 연주자들에게 유용한 팁을 알려주는 영상을 주로 업로드한다.

    그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는 야외에서 촬영된 것들이 많다. 장소 선정, 영상 기획, 촬영 및 편집까지 모두 직접 관리한다. 편집은 거의 혼자 하고 사진 촬영이 취미였던 남편이 촬영과 연출을 돕고 있다. 조윤경은 “첼로의 대중화를 위해 모든 면에서 비전공자의 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편의 의견을 항상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조회수 129만5000건을 넘어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첼로댁')
    유튜브 조회수 129만5000건을 넘어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첼로댁')

    유튜브 채널 ‘첼로댁’에 대해서는 “자극적인 영상으로 채널 성장에 치중하기보단 잔잔하고 포근한 첼로 음악 채널로 인식되기를 바라며 아름다운 영상과 친근하고 퀄리티 높은 음악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채널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윤경은 “무대 위에서 오랫동안 꾸준하게 대중들과 만나고 싶다”며 “잠깐 반짝 나왔다 사라지는 연주자가 아닌 저의 경험과 세월을 음악에 담을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해지는 음악과 이야기는 더 진솔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자주 오프라인 연주를 통해 만나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연주자분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저 역시 독주회 계획이 무산됐지만 유튜브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위로의 음악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얼어붙은 공연계가 따뜻하게 녹아 연주자들이 마음껏 무대 위에서 음악을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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