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경제] 지역생산과 소득의 불일치 그리고 지역경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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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경제] 지역생산과 소득의 불일치 그리고 지역경제 정책

    • 입력 2020.11.06 00:01
    • 수정 2020.12.08 11:02
    • 기자명 황규선 강원연구원 경제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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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규선 강원연구원 경제교육센터장
    황규선 강원연구원 경제교육센터장

    한 지역경제의 총체적 생산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가 지역내총생산(GRDP)이다. 이는 국가 경제의 국내총생산(GDP)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일정기간 동안 어느 한 지역에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가 발생했는지 생산 측면에서 집계한 수치이다. 지역내총생산 수준이 높다는 것은 그 지역의 생산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역의 생산 수준이 높다는 것이 그 지역의 소득수준 역시 높다는 것을 의미할까?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해당 지역에 온전히 남지 않고 지역 밖으로 빠져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 현실경제는 생산요소와 경제주체들의 지역 간 이동이 자유로우며, 이로 인해 지역의 생산소득과 분배소득 간 불일치가 발생하게 된다. 어떤 지역은 실제 생산한 것 이상의 소득을 갖게 되고, 반면 다른 지역은 실제 생산한 것보다 적은 소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지역에 귀착되지 못하고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역외유출 현상은 여러 문제를 초래한다. 먼저, ‘생산 → 분배 → 지출’의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가 파괴돼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간의 괴리가 발생한다. 또한, 통상 생산활동에는 비용이 수반되는데, 생산 과정에서의 비용 부담과 생산 결과로 분배된 소득 귀착 간의 불일치는 생산 유출지역 주민들의 박탈감 증대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결국 총체적으로 지역 간 소득·경제력 격차를 심화시켜 국가균형발전의 근간을 훼손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역생산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원인과 통로는 무엇일까? 지역 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지역 내로의 소득분배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지역 외로 유출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역 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발생지와 배분지 차이로 인하여 지역 간에 소득이 이전되는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단 지역에 배분된 소득이 다른 지역에서 소비되는 경우이다. 
    지역소득통계를 통해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첫 번째 경우로, 이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기업의 본사와 지점 구조로 인한 영업잉여(기업소득) 이전을 통한 유출이고, 두 번째는 교통 발달과 교육·생활환경 선호를 통해 나타나는 직주(職住) 불일치로 인한 피용자 보수(근로자 임금)의 유출이다. 나머지 하나는 지역경제의 개방성에 기인해 행정구역을 초월하는 투자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발생하는 재산소득 이전에 따른 유출이다. 관건은 세 가지 중 과연 어느 요인이 지역생산 역외유출 규모와 방향에 중요한 결정요인인지를 아는 것이다. 관련 연구들은 대부분 직주 불일치로 인한 피용자 보수 유출액이 가장 많고, 기업소득인 영업잉여 유출이 뒤를 잇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강원도의 실태는 어떨까? 2018년 기준 강원도 지역생산 역외유출 규모는 3.56조원이다. 이는 규모로는 전국 8개 유출지역 중 7번째이나, 같은 해 강원도 지역내총생산의 7.6%에 해당하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지역에서 창출된 생산이 지역민에게 온전히 배분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생산 역외유출의 가장 큰 원인은 피용자 보수 유출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경제 정책에 몇 가지 함의를 제시해준다. 먼저,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기존의 산업정책과 함께 지역 외 통근자의 지역 내 거주를 촉진하기 위해 교육, 문화, 의료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주거 생태계 조성이 중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창출된 생산과 자금이 지역 내에 순환·귀착돼 확대 재생산을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됨으로써 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지역 성장의 선순환 모델 확립도 필요하다. 지역 내 시장 확충과 지역 토착기업 육성을 통한 자립·자생적 본사 기업 육성과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 구축 보완책으로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 등 대안적 방안 모색도 필요할 것이다.

    지역생산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좋은 정책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역주민들의 소득수준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지역경제 정책은 엄밀한 현상진단과 분명한 근거에 기반하여 수립되고 추진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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