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홍천 잇단 독감백신 의심 사망사고에 보건당국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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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홍천 잇단 독감백신 의심 사망사고에 보건당국 '초비상'

    -강릉, 원주에서는 백신 접종 노인 입원 사례도 속출
    -시민 불안 커져가는데 정부는 "접종 계획대로"

    • 입력 2020.10.23 00:02
    • 수정 2020.10.26 08:24
    • 기자명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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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박지영 기자)
    (이미지=박지영 기자)

    전국에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22일 춘천과 홍천에서도 백신 접종을 한 70~80대 노인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춘천·홍천서 하루 새 노인 2명 사망
    경찰과 보건당국에 따르면 춘천에 거주하는 A씨(79)가 이날 오전 8시쯤 동부시장 골목에서 쓰러진 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행인에게 발견된 후 출동한 119에 의해 춘천 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이날 오전 9시 17분쯤 결국 숨졌다.

    A씨는 전날인 21일 오전 10시쯤 춘천 도심의 한 동네의원에서 독감백신을 접종했다. 접종한 백신은 보령바이오파마의 '보령플루Ⅷ테트라백신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접종 후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고혈압, 당뇨, 부정맥 등 기저질환을 앓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춘천에서 독감 백신 접종 뒤 22일 숨진 70대 노인이 지난 21일 백신을 접종한 춘천지역 한 의원.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에서 독감 백신 접종 뒤 22일 숨진 70대 노인이 지난 21일 백신을 접종한 춘천지역 한 의원. (사진=박지영 기자)

    같은 날 오후 1시 30분쯤 홍천군 서석면에 거주하는 B(85·여)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 신고했다. 가족들은 "어르신이 집에서 쓰러졌는데 의식이 없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응급처치하면서 B씨를 강원대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B씨는 지난 19일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가 숨지면서 독감 백신접종 의혹 사망 건수는 도내 2건, 전국 22건으로 늘었다. 도 보건당국은 이들의 정확한 사망원인과 접종 연관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입원 사례도 속출, 정부 "계획 대로"
    이날 춘천과 홍천에서 백신 접종 원인 의심 사망사고가 잇따랐던 가운데 강릉과 원주에서는 백신 접종을 한 노인들이 이상증세로 입원치료를 받는 사례도 두 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20일 강릉에서는 백신을 맞은 C(85)씨가 같은날 오전 9시15분쯤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원주에서도 지난 19일 예방접종을 한 D(75)씨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백신접종 직후 사망과 입원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연관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또 백신접종 중단 시 독감에 따른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계획대로 접종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사망자 보고가 늘기는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 연관성은 낮다는 것이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며 "아직은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희와 전문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예방접종을 일주일간 잠정적으로 미룰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의협은 기자회견에서 "아직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인플루엔자 관련 모든 국가예방접종과 일반예방접종을 (29일까지) 1주일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커져가는 시민 불안감 '백신 포비아' 확산
    백신접종 후 사망사례가 속출하자 접종을 계획했던 시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날 춘천 동내면 거두리에서 만난 70대 박모씨는 "본래 지병이 있던 노인들이 대부분 사망했다는 보도를 보니 노인들이 백신에 취약한 모양"이라며 "고령층은 독감이나 폐렴에 걸리면 생사에 지장이 있어 이 사단이 났어도 맞아볼까 했지만, 당장 가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효자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36)씨는 "아이의 2차 접종을 앞두고 있는데 불안함을 넘어 공포스럽다"며 "접종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후평동 이모(35)씨도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도 있고, 독감 접종을 하려했지만 포기했다"며 "부모님도 접종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부에서는 백신 영향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하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윤왕근·석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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