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떠나는 유럽문화 기행 : 카페라떼와 카페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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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떠나는 유럽문화 기행 : 카페라떼와 카페오레
  • 객원기자
  • 승인 2020.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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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늘 돌고 도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타지의 문화가 전래된 후 변용돼 ‘우리의 것’이 되는가 하면 현지 고유의 것이 타지에 전파된 후 현지에서 잊혀지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타지에서 변용된 문화가 거꾸로 원 발산지에 전파되기도 한다. 커피가 세계화되는 과정도 비슷하다.

커피가 발흥한 것은 이슬람권이다. 원래 로마 가톨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그리스도교 문화권은 커피의 발흥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시커멓고, 쓰면서 어딘가 각성효과를 지닌 커피는 ‘이교도’의 음료이고, 악마의 음료로까지 간주됐다. 교황 클레멘스 8세(1536-1605) 치세에 이르러서야 서방권에서 비로소 기호음료로 인정받았다.

그랬던 커피 문화가 서방 문화권을 거쳐 돌고 돌아 서방권, 이슬람 문화권 모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일상이 됐다. 분주한 일상을 시작하는데 각성 효과를 지닌 ‘에너지 드링크’의 일종인가 하면, 사교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커피를 파는 ‘카페’는 오늘날 사교 모임을 위한 공간이 됐다. 한편으로 “라떼는 말이야~” 등 커피의 주요 메뉴를 딴 유행어가 나오거나 카페라떼를 주문할 때는 ‘라떼’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카페라떼와 카페오레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가장 흔한 커피 메뉴로 꼽힌다. ‘카페라떼’에서 ‘라떼’는 이탈리아어에서 ‘우유’를 뜻한다. ‘카페라떼’는 말 그대로 ‘우유커피’를 뜻하는 것이다. ‘카페오레’는 프랑스어로 ‘우유가 든 커피’를 뜻한다. 큰 맥락에서 둘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둘이 구분돼 판매되는 것일까?

커피와 우유를 섞어 먹는 방식은 17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로 아침식사의 일부로 시작됐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탈리아에서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아침에 마시는 커피로 간주된다. 그러나 카페라떼와 카페오레가 상업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다.

스페인에서는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는 다르지만) 커피와 우유를 섞은 것을 ‘까페 꼰 레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뜨겁게 데운 우유를 넣은 커피인 것이다. ‘카페라떼’라는 이름으로 상업화되고 세계화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였다. 캘리포니아의 한 카페에서 출발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시애틀과 워싱턴을 거쳐 세계화됐다.
 
카페오레는 카페라떼보다 이후에 대중화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에서 에스프레소 대신 진한 드립커피를 베이스로 쓴 것이 카페라떼로부터 분화시킨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남북전쟁 이후에 뉴올리언스에서 치커리를 넣은 카페오레를 개발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소소하게 여겨지는 각 커피 메뉴들 사이의 차이는 굴곡진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같은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커피가 분화되고 세계화됐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커피의 맛이 이처럼 복잡한 문화 변용을 통해 나타났던 것이다.

/김용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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