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산내골령골, 평화공원으로의 변모를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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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산내골령골, 평화공원으로의 변모를 준비하며
  • 객원기자
  • 승인 202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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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발굴 작업을 재개하면서 산내골령골에 내건 현수막.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유해발굴 작업을 재개하면서 산내골령골에 내건 현수막.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화창하고도 시원했던 지난주 토요일, 대전에서 가장 높은 식장산(580m) 산자락 남쪽에 위치한 산내골령골에서는 발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에 참여하는 이들 중에는 나이지긋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대개는 젊은층이었다. 발굴 작업은 고되보였지만 모두들 만면에 활기찬 빛을 띠고 있었다. 이곳은 대전 동구청과 시민들의 공동 주관으로 발굴 작업을 거쳐 시민들의 공간으로 재건될 것이라고 한다. 

이 산내골령골이 바로 70년 전, 한국전쟁 개전 직후 보도연맹원들과 대전 형무소 수감자들이 대량 희생됐던 현장이다. (기자의 7월 10일자 기고문 '[여행 이야기] 역사 비극의 현장 ‘산내골령골’에서 평화를 기원하다' 참조) 대전동구청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 주관으로 지난 9월 22일부터 시민평화공원 조성을 목적으로 유해발굴작업이 시작됐다.

 

유해발굴 현장. 흰 영역은 유해가 발견된 곳.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발굴 작업은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 그 때문이었을까. 기자가 지난 여름 초저녁에 홀로 방문했을 때의 스산한 느낌 대신 활기가 느껴졌다.

기자는 공동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그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에 다년간 참여해온 이력이 있다. 그는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여러  의무가 존재하듯, 국가 역시 국민을 지키고 기본권을 보장해 줄 의무가 있다. 산내골령골에서 희생된 분들은 국가로부터 그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국가에 의해 희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발굴된 유해들.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현장에서 발굴된 유해들.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한편으로 그는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은 정치 내지 좌우 이념 어느 쪽의 잣대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유해발굴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

시원한 공기 속에서 뜨거운 햇살이 산내골령골 전체를 비추는 낮이었다. 굽이굽이 펼쳐진 실개천, 비탈진 골짜기가 더 이상 음습해보이지 않았다. 이 활기가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기도하며 산내골령골을 나왔다.

/김용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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