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로컬푸드] 춘천 서면 박사마을 ‘대추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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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로컬푸드] 춘천 서면 박사마을 ‘대추농원’

    대추의 진가를 알려면 ‘생과’를 맛봐야
    충북 보은 ‘대추박사’ 스승 삼아 5년째 농사
    “대추 맛의 성패는 정성을 얼만큼 쏟느냐다”

    • 입력 2020.10.17 00:01
    • 수정 2023.09.07 12:34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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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농민과 도시민이 상생하면서 먹거리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 지역 경제가 더욱 튼튼해질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로컬푸드’를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우리가 흔히 봐왔던 대추는 빨간 과실을 말린 건과(乾果)의 모습이다. 대추 맛의 진가는 꼭 생과로 먹어봐야 안다. 당도가 무려 30~35브릭스까지 나오는 대추는 웬만한 과일보다 더 훌륭한 간식이 된다.

    최근 서면 ‘박사마을 대추농원’에서 만난 경태현 대표는 대추농사에 뛰어든 지 5년째다. 학창시절부터 되고자 했던 투수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농사를 짓겠다는 꿈은 꼭 이뤄보고 싶어 고향인 박사마을로 돌아왔다.

     

    서면 박사마을 대추농장을 운영 중인 경태현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서면 박사마을 대추농장을 운영 중인 경태현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45살 때부터는 하던 일을 접고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지만 모든 것을 다 접기란 쉽지 않았다. 계획보다 5년 늦춰 50살이 돼서야 실행에 옮기게 된 그는 우연치않게 대추라는 작목을 접했다. 이후 대추가 맛있기로 소문난 충북 보은의 ‘대추박사’라 불리는 스승을 만나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6월초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는 대추는 3번의 개화 시기를 거쳐 10월초 수확을 시작해 10월말이면 대부분 끝난다. 수확기가 짧은 만큼 생과를 맛볼 수 있는 기간이 적다. 주로 말려 먹는 열매로 잘 알려진 대추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기는 요즘이라 보면 된다.

    하지만 올해는 최장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눈에 띄게 줄어 오래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다. 계획대로라면 3톤이 넘는 열매를 수확해야 하지만 땅이 젖어있는 날이 지속되면서 700kg 남짓 예상되는 상황이다. 수확량이 여기까지도 못 미칠 수 있을 것 같다는 경 대표는 “속상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주렁주렁 결실을 맺은 대추나무. (사진=신초롱 기자)
    주렁주렁 결실을 맺은 대추나무. (사진=신초롱 기자)

    최악의 기상 상황 속에서도 경 대표가 가꾸고 있는 대추나무에는 먹음직스러운 열매가 훌륭하게 결실을 맺은 채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대추나무는 보통 4년에서 5년 정도는 자라야 갖춰진 열매 맛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즈음이면 보다 완벽해진 대추맛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생각에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유독 달고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대추 맛의 비결에 대해 경 대표는 “농작물도 사람과 똑같다. 초석을 잘 다지면 재목이 될 수 있듯 농사도 마찬가지”라며 “토질 등 재배 환경도 중요하지만 농사짓는 사람이 정성을 얼만큼 쏟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 대표는 땅을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해 초생재배를 고수한다. 여기에 일교차가 큰 기후를 자랑하는 춘천에서 나는 대추는 육질이 탄탄하고 당도가 높은 편이다. 지금처럼 낮과 밤 기온차가 도드라지게 되면 당도는 더욱 올라간다.

     

    아삭하면서 달달한 맛이 일품인 복조 대추. (사진=신초롱 기자)
    아삭하면서 달달한 맛이 일품인 복조대추. (사진=신초롱 기자)

    그가 주력으로 재배하는 품종은 ‘복조’다. 씨앗은 작은 편이고 아삭함과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사과대추라고 불리는 대과종과 달리 사과 맛이 강하지는 않지만 단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브릭스는 보통 35 정도 나온다고 보면 된다. 수확기에는 생과로 판매하지만 이후에는 말리거나 칩으로 판매한다.

    경 대표는 타 농장과의 차별화된 농사 노하우를 묻자 “늘 공부하고 배우면서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배우고 있는 단계라고 봐주시면 될 듯하다”며 “농사를 10년 이상 지어야 완성도를 느낄 수 있으려나 싶지만 사실 평생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걱정과 달리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열매는 매년 업그레이드된 맛을 자랑해 단골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추를 이야기하는 내내 경 대표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주위에서 ‘내가 뭘 하면 될까’라고 물어오면 ‘항상 하고 싶은 것을 해’라고 조언한다는 그는 “자식들한테도 마찬가지다. 공부하라는 말보다 ‘뭘 할래?’라고 묻는다”며 “내 인생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뭐든지 억지로는 안 되는 것 같다는 경 대표가 어머니를 비롯해 지인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너무 힘들지 않냐’는 말이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넌 늘 풀만 깎냐’는 질문을 받는데 저는 좋다”며 웃었다.

    즐겁게 농사를 짓고 있긴 하지만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 대표는 “대부분이 농사를 지을 때 자본금을 많이 갖고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수익을 내는 부분에서 고충을 겪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4년 정도 돼야 수입이 나오는 상황인데 가장으로서 넉넉지 못하다는 점에서 찡한 게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완성이 덜 된 열매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일은 없다. 고객들이 100%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경 대표는 소비자들이 구매에 대해 문의를 하면 맛부터 보여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복조대추를 수확 중인 경태현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복조대추를 수확 중인 경태현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그는 “소비자들이 구매에 대해 문의를 하면 맛을 보게 한 후 마음에 들면 다시 방문해달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을 할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직접 딴 대추를 맛보여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세일즈맨으로 오래 일했던 그는 당시에도 유독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에 자신이 있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경 대표는 “영업을 어떻게 했었는지 모르겠다”며 “옛날 같았으면 나한테 득이 되는 것이었어도 못했을 거다”며 직장 생활을 통해 경험한 것이 플러스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좋은 대추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경태현 대표는 대추 농사를 지으면서 생긴 또 다른 목표를 언급했다. 강남 지역으로 진출해 자신의 대추를 맛보여주는 것이다. 유독 깐깐하기로 소문난 강남 지역을 목표로 삼은 것은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열매를 선보일 것이라는 각오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앞으로의 변화에 기대가 모아진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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