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알면 건강이 보입니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내몸 사용설명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알면 건강이 보입니다

    • 입력 2020.10.16 00:01
    • 수정 2020.12.08 11:42
    • 기자명 고종관 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종관 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단어의 뜻을 아시나요. 건강을 생각한다면 꼭 알아둬야 할 의학용어입니다. 콜레스테롤이나 인슐린처럼 앞으로 수없이 회자될 용어이기 때문이죠.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인체를 숙주 삼아 살고 있는 미생물의 총집합체를 말합니다. 이중에는 비피더스균처럼 유익한 활동을 하는 녀석도 있겠지만 대장균 등 해를 끼치는 놈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종류와 양이 어마어마하다는군요.

    장에만 40조에 이르는 미생물이 살고 있고, 그 종류만도 1000종이 넘는다고 하니 우리 몸은 이들 세균에겐 우주와도 같을 겁니다.

    2015년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학자들은 의학계와 영양학계를 깜짝 놀라게 할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이른바 ‘혈당반응 예측을 통한 개인별 맞춤영양’이란 논문입니다.

    학자들은 건강한 800명을 대상으로 1주일간 표준화된 식사를 하게 한 뒤 식사내용에 따른 혈당의 변화를 살폈습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사람마다 혈당치가 변화무쌍했습니다. 

    예컨대 똑같이 흰 빵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혈당수치가 쑥 올라가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정상치를 유지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가지고 개인별 맞춤 식단을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식단으로 개별 식사를 하게 했더니 정확하게 혈당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영양에 대한 기존 개념을 뒤흔드는 것입니다. 같은 음식, 같은 양을 먹더라도 유달리 살이 찌는 사람이 있다면 기존의 저칼로리 중심의 정형화된 절식을 고집해선 안 된다는 의미이지요. 이와는 달리 혈당 상승에 덜 민감한 식품으로 개별화한 식단을 짜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왜 음식에 대한 개인의 반응은 제각각일까요. 그 비밀을 바로 마이크로바이옴이 쥐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내에 어떤 종류의 미생물이 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이를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심지어 인간의 마이크로바이옴이 당뇨병이나 비만은 물론 암, 심혈관질환, 알레르기, 우울증, 고혈압, 노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쏟아진 관련 논문을 보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효소와 비타민을 생성하고, 인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도 일부 관여합니다. 

    또 영유아의 마이크로바이옴은 태어날 때 엄마의 산도나 모유를 통해 전달돼 다음세대로 이어진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간과 마이크로바이옴은 일생을 공생하며 상호 영향을 미치고, 함께 진화한다고 해요. 실증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쌍둥이 여성 중 한명은 날씬하고, 다른 한쪽은 뚱뚱한데 이들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생쥐에 각각 이식했더니 쥐에게서도 똑같은 체중의 변화가 나타났더랍니다. 이는 비만 성향이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체내 미생물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지요.  

    흥미롭게도 마이크로바이옴은 가족, 심지어 함께 사는 반려견과도 상호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내 몸에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많이 자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무게로 재면 2㎏에 가깝다고 해요. 보통 분변의 고형분이 25%(나머지는 수분) 정도 되는데, 이중 유익균·유해균을 포함한 세균이 3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세균덩어리지요.

    장내에서 유익균과 유해균은 이렇게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룹니다. 따라서 유익균이 잘 살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생활을 하는 것이 곧 ‘마이크로바이옴 건강수칙’입니다.  

    첫째는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이 살도록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종류에 따라 좋아하는 먹이가 달라서입니다. 그러니 인스턴트 음식이나 단품 식사와 같은 편식은 피해야겠지요. 

    둘째, 섬유질이 풍부한 전통식이 바람직합니다. 섬유질은 장으로 들어가 유익균의 먹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셋째, 가공된 식품이나 고지방・고칼로리의 서구식 식사는 권하지 않습니다. 유익균보다 유해균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성인병의 원인이 됩니다. 

    넷째, 유익균은 술과 담배, 항생제 같은 약을 싫어하니 삼갑시다. 내 몸에 유익균이 부족한 듯싶으면 유산균 같은 좋은 미생물을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다섯째, 운동 역시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실제 익스트림 스포츠선수들의 마이크로바이옴은 일반인과 다르다고 해요.

    여섯째, 마이크로바이옴은 생체리듬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수면리듬이 깨진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실험쥐에게 이식했더니 비만도와 당불내성이 크게 증가했더랍니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이 건강에 좋은 이유입니다.  

    이상의 생활수칙만 잘 지키면 몸속의 수많은 마이크로바이옴도 여러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군요.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