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그리스와 바티칸 및 이탈리아 종교예술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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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그리스와 바티칸 및 이탈리아 종교예술 기행
  • 객원기자
  • 승인 2020.10.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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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텍스트 문화가 보편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옛날에는 문맹률이 높았을 뿐더러, 시중에 유통되는 텍스트의 공급량이 한정돼 있어 텍스트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소수 엘리트들이나 귀족 계층 같은 특권층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동서를 막론하고 피지배계층인 민중들 사이에서는 구술과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예술이 발달했다. 한국의 탈춤,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키가 그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실 텍스트 문화가 보편화된 현대 사회의 문화예술계에서도 구술과 이미지가 중심이 되거나 텍스트를 기반으로 구술과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텍스트 예술의 대표격인 시 역시 발화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렇기에 같은 시라도 어떻게 낭독하는가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는다.

 

성모자 이콘. 테살로니키 비잔틴박물관 소장.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성모자 이콘. 테살로니키 비잔틴박물관 소장.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종교예술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역사적인 성당들을 방문하면 이콘(성화) 및 성상들이 눈에 띈다. 이콘과 성상은 현지 신자들의 신앙 생활에 중요한 일부분이다. 지금이야 성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고 팔리는 텍스트지만 그리스도교가 곳곳에 전파되던 초기에 이콘과 성상은 글을 모르거나 텍스트를 접할 기회가 없는 대다수 피지배 계층 민중들이 성서를 접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또한 이콘과 성상은 그 자체로 자신들의 신심을 표현하는 예배의 한 방식이었다. 지금도 그리스 정교회를 비롯한 동방정교회에서 이콘을 그리는 작가들은 꾸준한 수련과 기도를 거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과 성모마리아와 사도 요한의 애통을 기록한 이콘. 테살로니키 비잔틴박물관 소장.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과 성모마리아와 사도 요한의 애통을 기록한 이콘. 테살로니키 비잔틴박물관 소장.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이탈리아와 바티칸의 로마 가톨릭 성상 및 성화가 강인함과 생생한 묘사에 치중해 있다면 그리스 동방정교회의 이콘은 소박함과 다채로운 색채감이 묻어나 있다. 로마 가톨릭의 성상 및 성화에서 그리스도는 근육질의 젊은 남성, 성모마리아는 가녀리면서도 맑은 여성으로 서로 분리된 객체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동방정교회의 이콘에서 그리스도와 성모마리아는 아기와 어머니로서 유대와 결합이 강조된다.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지상에서 인간들이 저마다 지향하는 꿈의 세계, 즉 신의 나라를 그려나갔던 것이리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와 이를 바라보는 어머니 마리아와 제자들을 묘사한 성상. 로마의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 소장.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와 이를 바라보는 어머니 마리아와 제자들을 묘사한 성상. 로마의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 소장.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의 성모상.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의 성모상.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종교개혁과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비판과 도전에 직면했음에도 성상 및 성화가 현대까지 그리스도교 예술의 주요한 형태로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수성과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꿈들, 현실에서의 고단한 삶이 성상과 성화들에 반영돼 있기 때문은 아닐까.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기술과 정보접근성이 발달한 현대에 들어서도 저 성상과 이콘들은 많은 여행객들을 매혹시킨다.

/김용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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