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읽기] '재벌 선진화' 계기될 경제민주화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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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태의 경제읽기] '재벌 선진화' 계기될 경제민주화 법안

    • 입력 2020.10.12 00:01
    • 수정 2020.12.08 11:43
    • 기자명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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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태 언론인
    차기태 언론인

    지난 20대 국회에서 유산됐던 경제민주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및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국회 의석이 넉넉하지 않고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21대 국회가 열리자 법안을 다시 제출하고, 이번 정기국회 기간중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고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현행 상법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들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이에 비해 개정안에 따르면 감사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분리선출해야 한다. 감사위원 선출을 위한 최대 주주의 의결권은 현재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각각 3%씩 행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특수관계인과 합산해서 3%까지만 허용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는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와 20% 이상 비상장회사가 규제를 받는다. 이를 상장회사 비상장회사 구분없이 20%로 낮추자는 것이다. 계열사 지분이 50%를 넘는 기업도 규제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규제대상 기업이 크게 늘어난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분석결과규제대상 기업은 현재 209개에서 595개로 증가한다. 현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55개 그룹 2108개의 계열사 가운데 28%가 규제 그물망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규제를 피하려면 총수는 재벌총수는 보유 지분을 20% 이하로 낮춰야 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이 폐지된다. 따라서 중대한 담합을 저지른 대기업을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홀로 가지고 있던 고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업의 담합행위를 조장해 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재벌로 하여금 주요 재무상황과 계열사 거래현황 등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현재는 삼성과 현대차 등 금융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6개재벌이 대상이다. 게다가 법무부는 집단소송제 도입을 위한 법제정안을 오는 28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비롯해 개인정보 유출, 자동차연비 조작 등 소비자 권익침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들 법안은 한마디로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요즘 정치지형으로 볼 때 이들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야당인 국민의힘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당의 정강·정책에도 '경제민주화'가 명시됐다.  

    그렇지만 재계의 반발이 여전히 완강하다. 기업 활동을 위협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많아 향후 경영활동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연합 등 재계단체가 연일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재벌의 반대가 지난날 정치권력의 비호 아래 편하게 사업할 때 젖어든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오히려 정부여당 법안에 실효성이 없으니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한국 경제에서 재벌은 척추나 다름없다. 투자와 생산, 수출 등이 재벌에 의해 좌우된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것도 이들 재벌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 한계와 폐해도 절감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같은 대형위기도 이들 재벌 때문에 빚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문어발 경영이나 과도한 부채의존,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의 병통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진행과정에서도 다시 드러났다. 따라서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런 병폐를 극복해야 된다. 그래야 기업들도 국내외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으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부여당이 이 모든 정책과 법안들을 한꺼번에 해치우려고 하니 다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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