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생들기름 생산, 춘천 ‘꽃피는 산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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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생들기름 생산, 춘천 ‘꽃피는 산꼴’

    볶지 않은 생들기름 고집…“해답은 태양에서”
    “농부들의 가치 인정받게 하는 가교 되고파”

    • 입력 2020.09.30 00:01
    • 수정 2023.09.07 12:36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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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좌우명이요? 우리가 농사 지은 ‘들깨’로 진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들기름만큼은 세상이 범접 못하게 만들고 싶어요.”

    ‘꽃피는 산꼴’ 유근선 대표의 고향은 춘천 서면 덕두원리 명월마을이다. 유 대표의 동네에선 주로 들깨, 감자 등의 농사를 짓는다. 산골 중의 산골인 명월마을에는 유난히 돌이 많아 농사짓기가 힘들다. 깊은 산골짜기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상호명도 꽃피는 ‘산꼴’이다.

     

    춘천 후평동 일단지시장에서 만난 유근선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 후평동 일단지시장에서 만난 유근선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 후평동 일단지시장에서 만난 유 대표는 들기름에 관해 할말이 많아 보였다.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와 평생을 들깨로 다퉜다는 그가 카메라 감독직을 내려놓고 들깨와 또다시 씨름하게 된 이유는 제대로 만든 들기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들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포함돼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들기름에는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만 하는 오메가3 지방산도 다량 함유돼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본래 들기름은 삶아서 압착시킨 뒤 기름을 내 먹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 같은 방법으로 기름을 내면 타지 않게 열을 가할 수 있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무해한 식품이 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들기름은 볶은 들깨로 짠 기름이다. 높은 온도에 볶은 들기름은 재차 가열하게 되면 타버린다. 성능 좋은 기계가 나오고 들기름 사업자들이 달달 볶은 들깨로 기름을 짜니 양도 많이 나오고 심지어 맛있게 되자 볶은 들깨로 만든 들기름이 보편화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 대표는 볶지 않은 생들기름만을 고집하고 생산해낸다. 자신마저 그 문화를 답습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절대로 태워먹지 않는 들기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유해한 성분이 섞이지 않은 생들기름을 알리고 싶은 유 대표의 뜻은 처음부터 소비자들에게 통했던 건 아니다. 생들기름을 알리고자 온갖 곳을 다 다니며 판촉을 했지만 팔리지 않았다는 그는 들기름을 이용해 두부를 굽기 시작하면서부터 해답을 조금씩 찾을 수 있었다.

    판촉에 나설 때면 그는 누구보다 솔직해진다. 그만큼 직접 생산한 제품에 자신이 생겼기 때문인데, 생들기름을 개발하게 된 이유와 기름을 왜 태우지 않고 짜내야 하는 지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확고한 소신 때문인지 소비자들도 점차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금빛을 자랑하는 생들기름. (사진=신초롱 기자)
    황금빛을 자랑하는 생들기름. (사진=신초롱 기자)

    생들기름을 개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유 대표는 해답을 태양에서 얻었다. 그가 직접 짜낸 들기름은 유난히 투명한 금빛을 자랑한다.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기름을 짜기 때문에 영양소 파괴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찌꺼기 하나 없이 짜낸 생들기름은 범접할 수 없는 맛과 향을 낸다.

    이제는 직접 개발한 생들기름을 이용해 굽는 맛김을 시중에 선보이면서 ‘꽃피는 산꼴’을 알려나가고 있다. 레시피를 완성하는 데까지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특허 출원을 낸 상태다.

    판촉 행사에서 생들기름을 이용해 두부를 구운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김을 굽기 시작했다고 밝힌 유 대표는 직접 짠 생들기름으로 구운 맛김을 한 입 베어먹고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이는 수십년간 풀지 못했던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는 기쁨과 회한의 눈물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생을 들깨로 자신과 다툰 어머니를 떠올리며 “몇 년만 더 살아계셨어도 이런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 대표가 어머니의 들깨 농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던 이유는 고생해가며 농사를 지어봐야 수중에 쥐어지는 돈은 단돈 15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100만원에서 150만원 남짓한 수익은 농사를 지을 만한 이유가 전혀 되지 못했다. 그런 이유에서 어머니를 볼 때면 답답한 마음을 숨길 길이 없었다고.

    그가 어머니 뒤를 이어 들깨 농사에 뛰어든 것도 어떻게 해야 농사를 짓는 이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단순히 돈벌이 때문만은 아닌 셈이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소득이 없는데도 농사를 짓고 있는 동네 주민들이 안타까웠고, 그 숙제를 풀어보고자 한 것이 현재의 내가 됐다고 말했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김부각. (사진=신초롱 기자)
    고소한 맛이 일품인 김부각. (사진=신초롱 기자)
    곡물로 직접 튀긴 뻥튀기 등의 모습. (사진=신초롱 기자)
    곡물로 직접 튀긴 뻥튀기 등의 모습. (사진=신초롱 기자)

    이제는 영농조합법인을 이끄는 수장인 유 대표는 수십년간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자신의 사업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들, 즉 고향인 명월마을 주민들이 농사짓는 들깨를 높은 가격에 매입해 들기름을 만들어내면서 실마리를 하나둘 풀어가고 있다. 이는 자신을 통해 농부들이 존경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농사를 짓고 계신 분들은 어쩌면 먼지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명함을 내밀 것도 아니고 아무런 힘이 없다. 그저 때되면 농사를 짓고 그걸로 먹고, 살고 하는 거다”며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이 가치를 인정받게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소비자들이 ‘이분들이 들깨를 심었기 때문에 내가 이걸 먹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가치를 부여하는 가교 역할을 내가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내가 갖고 있는 들깨만큼은 절대로 태워먹지 않고 건강한 생들기름을 만드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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