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디저트 옛날엔 케이크, 지금은 약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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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후 디저트 옛날엔 케이크, 지금은 약봉지"

    일본 21일 '경로의 날' 맞아 전통시 공모 당선작 발표
    응모작 1만여 편...응모자 평균 68.6세, 최고령 106세

    • 입력 2020.09.21 17:02
    • 수정 2020.09.22 09:21
    • 기자명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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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로의 날.(사진=클립아트코리아)
    경로의 날.(사진=클립아트코리아)

    21일은 일본의 '경로의 날'이다. 노인을 공경하자는 의미에서 매년 9월 세 번째 월요일을 경로의 날(휴일)로 정했다.

    일본의 노인요양원 단체인 전국유료노인홈협회는 매년 경로의 날을 앞두고 노인을 주제로 전통시 '센류(川柳)' 작품 공모를 해왔다. 센류는 하이쿠(俳句)와 비슷한 일본의 짧은 전통시로 5ㆍ7ㆍ5의 3구 17자로 이루어진다. 

    올해 응모자는 11세 초등학생부터 106세 할머니까지 총 1만 663명. 응모자 평균 연령은 68.6세였다. 우수작 20편은 지난 8일 발표됐다.

    유료노인홈협회는 올해의 작품 경향에 대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화시킨 일상생활을 담는 한 편으로, 건망증 등 노년의 특징을 자학적 유머로 표현한 작품도 꽤 많았다"고 분석했다. 올해 우수작 중 몇 편을 보자.

    '개가 주인에게 왜 짖나, 아차 마스크 썼구나'

    '할멈이 만든 수제마스크, 숨이 막혀 죽겠네'

    '미남이고 미녀고 이 나이엔 아무 관심 없다'

    '엄마 틀니를 입에 넣으려 낑낑대는 아버지'

    노인홈협회의 센류 작품 공모는 2001년 시작됐다. 올해가 20회째다. 노인이 주제인만큼 선정된 작품들은 지나간 인생에의 회한과 추억, 악화되는 건강,  기억력 저하 또는 치매, 주변 사람들의 무시와 냉대, 다가오는 죽음에의 공포 등을 많이 다루고 있다. 다음은 역대 우수작 중에서 고른 것들이다. 기력이 쇠해지신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입장이 되어 한 편 한 편 음미해 보자. 

    '고희가 지나 거울 보니 내 어머니 얼굴이네'

    '가슴 두근거려 사랑인 줄 알았더니 부정맥'

    '언제 죽을지 안다면 저축한 돈 꺼내 쓸 텐데'

    '나의 남은 수명이 저 LED 등보다 짧다니'

    '밥 잘 먹었다 뭘 먹었는지 생각은 안 나지만'

    '필체가 느낌 있다고 칭찬받은 수전증 글씨'

    '식후 디저트 옛날엔 케이크, 지금은 약봉지'

    '증손자 묻네. 할머니는 옛날에 공룡 봤나요'

    '어디서 볼까 도쿄올림픽 하늘인가 땅인가'

    '만보계 걸음수는 느는데 거리는 짧아지네'

    '내가 반했던 얼굴 맞나 눈을 부벼 다시 보네'

    '정밀검사 후 갑자기 친절해진 아내, 겁난다'

    '미련없다 하면서도 지진 나면 먼저 도망가'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은 변기 뚜껑 뿐'

    '펜과 종이 찾는 사이에 글귀를 잊어버렸네'

    '자꾸 물어봐도 화 안 내는 건 아이폰 시리(Siri)뿐'

    '세 시간 기다린 진찰 결과는 '노환이십니다''

    '승차권이 계속 안 들어가 다시 보니 진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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