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Since 1967 춘천 노포, ‘실비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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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Since 1967 춘천 노포, ‘실비막국수’

    • 입력 2020.09.14 00:01
    • 수정 2023.09.07 12:36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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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춘천시에서 발간한 ‘춘천백년사’에 따르면 1968년 춘천 도심으로 이주한 화전민들이 생계 해결을 위해 여기저기에 막국수 음식점 열었다고 한다. 보통 이것을 춘천 막국수의 시초로 보고 있다.

    그보다 빠르게 1967년 개업해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3대째 가업을 이어 운영 중인 ‘실비막국수’를 찾았다. 오후 2시쯤 방문한 식당에는 이창훈·서혜옥 대표 부부와 가업을 잇기 위해 일을 돕고 있는 아들 이상민 씨 그리고 그의 아내가 오순도순 모여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좌측부터)이상민 씨 부부, 서혜옥·이창훈 대표.(사진=서충식 기자)
    (좌측부터)이상민 씨 부부, 서혜옥·이창훈 대표.(사진=서충식 기자)

    3대에 걸쳐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가업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처음 그대로의 맛과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는 서혜옥 대표 대답에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1985년 부부의 연을 맺은 이창훈, 서혜옥 대표는 창업주인 부모님을 도와 가업을 잇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녹록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일을 도와 일이 손에 금방 익던 이 대표와 달리 서 대표는 처음 해보는 장사에 시어머니로부터 받은 혹독한 교육이 힘들어 매일을 눈물로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막국수 맛은 정평이 났다.

    이에 서 대표는 “시부모님 옆에서 15년 넘게 배워온 덕분이다”며 “성실하게 가게를 운영하셨던 두 분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받아왔을 뿐이다”고 전했다.

     

    실비막국수 모습.(사진=서충식 기자)
    실비막국수 모습.(사진=서충식 기자)

    맛뿐만 아니라 식당 모습도 옛 느낌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주황색 금속기와 지붕, 벽돌로 쌓아 올린 외관은 정다운 시골집을 떠올리게 한다. 내부는 더하다. 투박한 패턴의 천장 타일과 노란색 나무 벽은 고소한 막국수 맛을 한층 더 가미해줄 것만 같다. 서 대표는 “많은 막국수 식당이 현대식으로 인테리어를 바꾸고 있는데, 실비막국수는 초대 대표님 두 분이 손수 만드신 50여년 전 모습 그대로를 지켜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막국수와 튀김 닭갈비.(사진=이정욱 기자)
    막국수와 튀김 닭갈비.(사진=이정욱 기자)

    실비막국수는 독특한 형태의 닭갈비로도 알려졌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볶음 형태가 아닌 탕수육처럼 바삭하게 튀겨낸 모습이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버무려 낸 튀김 닭갈비와 막국수의 조합은 많은 사람들을 단골로 만들었다.

    튀김 닭갈비의 시초는 1대 대표인 이태식 씨에게서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은 철거되고 없어진 춘천역 앞 미군부대 캠프페이지에 20여년 전 이태식 씨가 방문했는데 소스가 올려진 튀김을 보고는 영감을 얻어 아내 양정희 씨가 개발한 것이다. 서 대표는 “아메리칸 스타일 닭갈비”라고 웃음 지어 이야기했다.

     

    이창훈·서혜옥 대표가 음식 준비에 한창이다.(사진=서충식 기자)
    이창훈·서혜옥 대표가 음식 준비에 한창이다.(사진=서충식 기자)

    50년이 넘는 세월에 걸맞게 실비막국수는 많은 단골이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와 막국수 소, 빈대떡 한 접시, 소주 한 병을 시키는 손님, 가업을 이어가는 아들의 모습이 대견하다며 방문할 때마다 용돈을 주는 손님 등 기억에 남는 손님이 너무 많다는 서 대표. 그녀는 “좁은 골목에 있는 실비막국수를 찾아주시는 모든 손님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초심을 잃지 말아 달라는 한 손님의 말을 지키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서 대표는 “우리 부부가 식당을 이어받아 운영하듯이 앞으로 아들과 며느리도 잘 이어 가줬으면 좋겠다”고 아들 내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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